美 22년만에 여아 살해범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아이스박스 속 시신 ‘베이비 호프’ 명명
끈질긴 탐문수사 끝 사촌오빠 범인 검거

미국 뉴욕 경찰국이 22년 전 살해된 유아 살해범을 잡기 위해 매년 배포한 유인물. 뉴욕 경찰국은 이름을 모르는 피해 유아의 얼굴 사진 밑에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베이비 호프’ 라고 적어 놓았다. 뉴욕타임스
미국 뉴욕 경찰국이 22년 전 살해된 유아 살해범을 잡기 위해 매년 배포한 유인물. 뉴욕 경찰국은 이름을 모르는 피해 유아의 얼굴 사진 밑에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베이비 호프’ 라고 적어 놓았다. 뉴욕타임스
약 22년 전인 1991년 7월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 헨리 허드슨 고속도로에서 보수 공사에 나섰던 인부들은 길가에 놓인 푸른색 아이스박스를 열어보고 아연실색했다. 구릿빛의 여아 시신이 웅크린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용의자는 물론이고 피해 유아의 신분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뉴욕경찰국(NYPD)은 뉴욕 시민들에게 다짐했다. ‘살해범과 유아의 실명을 밝혀 낼 때까지 수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살해된 유아의 이름을 ‘베이비 호프(Baby Hope)’로 지었다. 경찰이 세워준 묘비에도 이름을 ‘베이비 호프’라고 새겼으며,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 아래 번호로 연락해 달라’고 적었다. ‘베이비 호프’ 미제 사건의 시작이었다.

NYPD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에서 4세 유아를 살해하고 유기한 용의자를 22년 만에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매년 유인물을 배포하고 주변을 상대로 탐문 수색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사건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희망의 끈까지 놓지는 않았다. 올 7월 다시 대대적인 전단을 배포하고 사건 발생 인근 지역에서 스피커를 장착한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제보를 구했다. 마침 한 여인에게서 “사촌 여동생이 살해당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여자를 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그 여인이 전한 유아의 인상착의와 실종 시점이 거의 일치했다. 결국 탐문 수사 끝에 살해된 유아의 어머니를 찾아내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의 딸임을 확인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유아의 사촌오빠였던 콘라도 후아레스(52)로 밝혀졌다. 당시 30세였던 그는 함께 거주했던 피해 유아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다른 친척의 도움을 받아 아이스박스에 넣어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시신 유기를 도운 다른 친척은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건 해결과 함께 숨진 유아의 이름도 밝혀졌다. 안젤리카 카스티요였다. NYPD는 아이의 진짜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22년 만에 지켰다.

여아가 살해될 당시 어머니는 생활고로 딸과 떨어져 살고 있었고 딸은 아버지 아래서 멕시코 이주자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슷한 시기 아버지도 범죄를 저질러 투옥되면서 부모 모두 딸의 실종 사실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베이비 호프#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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