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두사원 “다리붕괴” 루머에 90명 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중부지역엔 사이클론 ‘파일린’ 덮쳐… 20여명 사망-실종 ‘설상가상’

12, 13일 인도를 강타한 초대형 사이클론과 힌두 사원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로 최소 12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둘 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희생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에 있는 라탄가르 힌두 사원과 연결된 다리에 신도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해 최소 9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다리 밑으로 추락해 익사했다.

사고는 이동하던 트랙터가 사원 근처 다리에 충돌한 뒤 신도들 사이에 “다리가 곧 붕괴할 것”이라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발생했다. 대부분 다리를 먼저 건너가려다 인파에 밀려 넘어진 신도들이 다른 신도들에게 밟혀 사망했다. 이날은 특히 힌두교 여신인 두르가를 찬양하는 ‘나브라트리’ 축제가 끝나는 날이어서 수천 명의 신도가 사원을 찾았다.

인도에서는 2008년에도 한 힌두 사원에 몰린 신도들 사이에서 “산사태가 날 것”이라는 괴소문이 퍼져 서둘러 대피하는 과정에서 130여 명의 신도가 압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앞서 12일 밤 인도 오리사 주와 안드라프라데시 주에 상륙한 초대형 사이클론 파일린은 벵골 만과 맞닿은 동부 지역을 강타해 13일 현재 최소 9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실종됐다. 파일린이 휩쓴 지역은 사실상 통신이 모두 마비돼 피해 상황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2.5m(시속 225km) 이상인 파일린은 1999년 1만 명 이상을 숨지게 한 ‘사이클론 오리사’와 비슷한 규모로 평가된다. 파일린이 상륙한 지역은 나무와 진흙집 벽이 무너지고 전선이 끊겼다. 이 지역을 오가는 비행기 열차 선박 운행도 모두 중단됐다. 특히 파일린은 오리사 주에 상륙하면서 해일을 동반해 바닷물이 내륙까지 치고 올라와 농경지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농경지 50만 ha(헥타르·1ha는 1만 m²)가 침수돼 3억9500만 달러(약 42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상 사고도 발생했다. 중국인 선원 17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1명을 태운 파나마 국적 화물선 ‘MV 빙고’가 12일 오후 인도 동부 근해를 항해하다가 파일린으로 인해 선체 일부가 파손돼 침몰했다. 구명정으로 갈아탄 선원들은 13일 오전 4시까지 인도 당국과 연락을 취했으나 이후 소식이 끊겼다. 당국은 이들에 대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파일린은 과거 비슷한 규모의 사이클론에 비하면 인명 피해가 적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 정부가 파일린이 상륙하는 지역 주민 100만 명 이상을 미리 대피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일린은 13일 오전 최고 시속 90km로 약해지면서 폭우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약해졌다. 인도 정부는 피해지역에 군 병력과 구조대원을 투입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인도#사이클론#압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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