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확산을 막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는 피해자 증언 청취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 전역이 피해를 당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주로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로 비치고 있는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전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92∼1993년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정치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하자 타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 발표 직전인 1993년 7월 30일 무토 가분(武藤嘉文) 당시 외상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주재 일본대사관에 “괜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되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며 주재국에서 실태조사를 하지 말도록 방침을 전달했다. 아사히신문은 관련 외교문서를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했다.
무토 외상의 이 같은 방침 전달은 당시 일본정부가 국회에서 “(조사) 대상을 한반도에만 국한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과 맞지 않는다. 신문은 “당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한국과 다른 국가들을 분리 대응해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려 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시 “일본의 조사가 불충분하다”고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2만 명의 여성이 일본군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일본은 대규모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외교라인을 통해 오히려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 담당자가 옛 일본군의 처벌을 요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일본은 “한국에서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며 “놀라운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내각에서 위안부 문제를 담당했던 정부 고위간부는 “한국 이외에는 (문제를) 확대시키고 싶지 않았다. 문제를 다시 들춰내 타국과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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