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법부도 불만 폭발… “의회에 꺼지라고 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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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장기화 법원업무 마비지경” 상원 민주-공화 지도부 대화 재개

미국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에 대한 불만이 사법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네브래스카 주 연방지방법원 리처드 코프 판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의회가 제대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사법부를 파괴시키고 있다”며 “의회에 ‘꺼져라’라고 말할 때”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정부 폐쇄 중에도 연방법원 판사들은 ‘핵심인력’으로 분류돼 정상 업무를 하지만 행정인력은 일시 해고된 상태다. 법원은 예산을 임시 편성해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지만 17, 18일에는 이 예산마저 고갈될 예정이다.

판사들은 올 초 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으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 폐쇄까지 겹쳐 불만이 극도에 달했다.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 시작(17일)을 나흘 앞둔 13일 미국 상원의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가 대화를 재개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년 이상 미국 정치 현장을 지켜온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73·네바다)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71·켄터키)는 이날 한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대화 모드를 이어나갔다. 리드 대표는 이날 “공화당과의 대화가 생산적이고 실질적이었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수세에 몰린 공화당은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정부 예산을 현재 수준으로 배정하고 국가 채무 상한도 증액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공세로 돌아섰다. 최대 걸림돌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일부 양보하기는커녕 공화당이 올해 최대 정치 성과로 여기는 연방정부 시퀘스터를 풀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N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국가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혼란이 올 것이며 경기 후퇴를 맞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의 족집게 투자자인 마크 스피츠나젤 헤지펀드 유니버사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은 부채 조정 실패가 아니라 이미 엄청나게 늘어난 부채 규모 자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도 외국 중앙은행들은 미국 국채 매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2조9370억 달러로 2주 전보다 89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국의 상황이 과거 디폴트가 발생했던 그리스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과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 국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사법부#셧다운#잠정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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