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와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핸슨 시카고대 교수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 가격의 실증적 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경제학자들이다.
하지만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태도나 자산 가격에 접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실러 교수는 경제학에 행동심리학을 접목해 시장의 비효율성을 증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반면 파마 교수는 효율적인 시장을 가정하는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의 대표주자다. 대척점에 서 있는 경제학자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셈이다.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실러 교수는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는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집값이 적정 가치보다 높아지는 ‘버블(거품)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매월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로 발표되는 ‘S&P-케이스실러 인덱스’를 개발했다. 미국 주택가격 수준을 판단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지수다.
특히 실러 교수는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해내 2000년대 초 미국의 ‘닷컴버블’과 2008년 부동산 시장 폭락을 일찌감치 예측한 ‘위기의 예언자’로 꼽힌다.
반면 미국 터프스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다 시카고대에서 전공을 바꿔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파마 교수는 효율적 시장 이론의 주창자다. 효율적 시장이론은 말 그대로 시장이 효율적이어서 모든 정보가 시장 가격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 등 자산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효율적인 시장에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필요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태동한 시카고학파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효율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수차례 노벨 경제학상 후보자에 오르고도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반대 입장에 섰던 두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에 대해 “의외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실러 교수의 제자인 이우헌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실러 교수는 시장의 비효율성, 파마 교수는 시장의 효율성을 증명하는 데 평생을 바친 석학들”이라며 “견해는 다르지만 결국 이들의 연구가 장기적인 자산가격 예측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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