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7일까지 부채한도 증액… 내년 1월 중순까지 예산 배정”
일단 시간 번 뒤 오바마케어 재협상… 최종합의땐 하원으로 공 넘어가
미국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잠정 폐쇄(셧다운) 상태인 연방정부를 정상 가동하고 국가채무 한도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17일로 다가온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부도(디폴트)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원의 양당 지도부인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네바다)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켄터키)가 주도한 타협안은 연방정부가 내년 2월 7일까지 국가채무 상환을 위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2014회계연도(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을 내년 1월 중순까지 일시 배정하는 것이 골자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상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렇게 협상시간을 번 뒤 여야 지도부는 내년 1월 15일로 예정된 연방정부 예산 200억 달러(약 21조2900억 원) 자동삭감(시퀘스터)을 중단 또는 경감하기 위한 일련의 대화를 갖기로 했다. 연방정부 잠정 폐쇄의 원인이 된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경미한 수준의 수정이 있을 것으로 WP는 전망했다.
세부적인 추가 합의사항이 더 남아 있지만 상원 여야 지도부는 늦어도 16일 최종 합의에 이를 것으로 낙관했다. 매코널 의원은 이날 상원 회의가 끝난 뒤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며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으며 앞으로 더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드 의원 역시 “아마도 내일(15일)은 밝은 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참모들과 상원 합의안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오바마케어 철회나 연기를 주장해 온 하원 공화당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상원 공화당 지도부의 타협은 기회주의적”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국가채무 한도를 6주 동안만 늘리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날 양당 원내대표의 통화를 시작으로 협상에 들어간 상원은 이날도 여야 상원의원 12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논의그룹을 가동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상·하원 여야 지도부와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상원에 협상시간을 더 주기 위해 이를 연기했다. 이후 상원의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한편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1년 데이터 집계 이후 처음으로 미 국채금리가 달러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를 웃돌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 국채의 체면을 구겼다. 미 국채는 자금시장의 대표금리인 리보보다 항상 낮은 금리(비싼 가격)를 유지해 왔다.
1개월 만기 미 국채금리가 8일 0.337%로 치솟아 0.174%에 그친 1개월 만기 리보 금리를 0.163%포인트 상회한 이후 5일 연속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으로 1개월짜리 리보 금리가 지난해 말 이후 소폭 내린 반면 미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자 시장이 미 국채를 더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만기 3개월 이상은 여전히 미 국채금리가 낮고 시장의 수요도 많아 시장의 우려가 단기간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