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헌정(憲政)과 민주를 주장하는 것은 공산당의 영도(지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다음 달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 3중 전회)를 앞두고 당 안팎의 결속을 강화하는 것이자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정치개혁에 부정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 정부 5년의 정책 방향을 확정하는 3중 전회를 앞두고 공산당 기관지 추스(求是)가 헌정을 부정한 것은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현행 공산당 일당독재를 공고히 하는 쪽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추스는 16일 ‘당과 인민의 단결투쟁이라는 공통의 사상적 기초를 공고히 하자’는 글에서 “각각의 국가와 역사 발전 단계에서는 자유와 민주, 인권의 실현 형식과 경로도 다르다. 통일된 모델이 없다”고 주장했다.
추스는 특히 “서방의 헌정 개념을 학술회의에서 논하는 것은 괜찮지만 헌정민주를 정치체제 개혁의 제1 주제인 것처럼 주장하고 중국의 유일한 출구라고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이 인민이 제정한 헌법과 법률을 이끄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공산당 일당 통치는 합법적이지 않고 당이 법 위에 있다고 비판하는데 그 근본 목적은 공산당 영도를 폐지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당 총서기 취임 직후 “당은 헌법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시 주석이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혔고, 이후 우파와 좌파 간에 헌정 실현을 놓고 사상 투쟁이 빚어졌다. 헌정 실시는 당이 국가에 앞서는 현행 통치 형태를 뒤집는 것이다. 올해 1월 난팡(南方)주말이 헌정 실시를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가 당국과 마찰을 빚었고, 8월 런민(人民)일보가 사흘 연속 입헌정치를 비판한 것은 이 같은 사상 투쟁이 외부로 분출된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최근 중국이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1913∼2002) 전 부총리를 추앙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시중쉰 탄생 100주년(15일)을 앞두고 14일부터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내보내고 있다. 1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중쉰 관련 좌담회에는 시 주석이 참석했다. 시중쉰이 중국의 ‘8대 원로’라고는 하지만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분석가 천쯔밍(陳子明) 씨는 “시 주석이 아직 충분한 권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3중 전회를 앞두고 권력을 결속해야 할 필요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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