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를 폐쇄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지구상 누구도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너지총회 참석차 방한한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스리마일 사고 때도 노심에 접근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은 냉각수 부족으로 핵연료봉이 녹아내렸지만 1993년에야 영구 폐쇄됐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오염 치유와 관련해서도 “일본이 후쿠시마 주변 지역을 연간 피폭 허용량인 1mSv(밀리시버트)까지 낮추겠다고 잡았지만 이는 매우 호기로운(ambitious) 목표”라며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 외교관 출신이자 국제기구 수장으로서는 매우 솔직한 발언으로 일본 원전 사고의 후유증이 길 수 있음을 가감 없이 밝힌 것이다. 그는 “당분간은 원전에서 유출되고 있는 오염수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염수를 완전 차단하고 있다’고 공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발언의 맥락과 정확한 표현을 알지 못한다”며 평가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도 안전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기후변화 대응, 발전의 경제성 때문에 전 세계적인 원전 활용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국에서 65개 원전이 새로 건설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보여 준다는 설명이다. 11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 워킹그룹이 ‘한국의 원전 의존도를 2035년까지 현재의 41%에서 29%로 낮추라’고 권고한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평가인 셈이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쟁점이 되어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에 대해 아마노 사무총장은 “새로운 기술이고 다양한 논쟁이 있어 국제기구가 성격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은 핵무기 전용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본격적인 실험도 하지 않은 초기 연구 단계(cold test)여서 확산 저항성을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며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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