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억만장자들 언론을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경영난 신문사 저가 매수… 스타기자 손잡고 독립언론 창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주에 이어 세계적 경매사이트 이베이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46)도 독립 언론 창간을 발표하는 등 억만장자들이 언론업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베이 창업자, 스노든 특종 가디언 기자와 제휴

프랑스 태생의 이란계 미국인이자 세계 123위 부자인 오미디아르는 16일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제보를 토대로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을 처음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스타 기자 글렌 그린월드(46)와 함께 독립 언론을 창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2억5000만 달러(약 2668억 원)를 투자한다.

오미디아르는 “언론의 역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나도 한때 워싱턴포스트(WP) 인수를 검토했으나 새 언론사를 기초부터 키워나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회사는 탐사보도 전문인 다른 독립 언론과 달리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한 일반 뉴스로도 독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5일 그린월드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꿈같은 기회를 제안 받았다”며 퇴사를 선언했다.

올해 8월 3월 제프 베저스는 136년 역사의 WP를 사들였고 3일 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이자 헤지펀드 거물 존 헨리가 보스턴글로브를 인수했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주 크리스 휴스도 3월 100년 전통의 미국 시사주간지인 뉴리퍼블릭을 인수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 3위 거부인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WP 지분 23%를 보유한 3대 주주이며 이 밖에도 미국 25개 일간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재벌이 후원 ‘프로퍼블리카’ 승승장구

세계 독립 언론의 효시로 불리는 프로퍼블리카 또한 미 금융재벌 허브 샌들러 골든웨스트파이낸셜 창업주의 후원으로 탄생했다. 2007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수에 반발해 사표를 낸 당시 편집장 폴 스타이거는 샌들러재단으로부터 매년 10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하고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프로퍼블리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10, 2011년 연속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독립 언론의 힘을 과시했다.

NYT “일부 거부들 전리품처럼 언론사 구매”

전문가들은 세계 언론산업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 있지만 아직 저널리즘의 위력과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 ‘이룰 것 다 이룬’ 억만장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떤 억만장자들은 호화 요트나 개인용 비행기에 관심을 갖고, 어떤 억만장자는 언론사에 관심을 갖는다”며 “언론의 힘에 관심을 가진 일부 거부들이 ‘전리품’처럼 언론사를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사의 시장가치 하락으로 저가 매수 기회가 생긴 것도 이 억만장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WP의 자산 가치는 한때 수십억 달러였지만 베저스는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사들였다. 보스턴글로브 또한 1993년 NYT가 인수했던 가격인 11억 달러의 6.3%에 불과한 7000만 달러에 헨리에게 팔렸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억만장자#언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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