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테러 자금줄 ‘블러드 아이보리’를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 아프리카 각국, 밀렵 차단 총력전
케냐 공격한 ‘알샤밥’ 상아밀매 정황… 짐바브웨 코끼리 300마리 독살도
테러단체와 연계조직 소행 추정… 남아공, 무인기 동원해 감시 나서

코끼리 밀렵 감시 위해 드론까지 동원
“블러드 아이보리(피 묻은 상아)를 막아라.”

아프리카 무장 테러단체들이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 밀매로 막대한 자금을 모아 테러에 나서며 점차 세력을 확장하자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밀렵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블러드 아이보리 문제는 지난달 21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쇼핑몰 테러’의 배후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크게 불거졌다. 테러를 일으킨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알샤밥의 핵심 자금줄이 코끼리 상아 밀매라는 분석이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최근 한 강연에서 밀렵으로 희생된 코끼리의 상아를 블러드 아이보리라고 부르며 “테러와의 전쟁의 첫걸음은 블러드 아이보리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블러드 아이보리를 막기 위해 마이크로칩과 무인기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대응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 밀매 규모 2위 국가인 케냐는 야생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에 추적 장치가 담긴 마이크로칩을 심을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케냐 정부는 모든 야생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에 마이크로칩을 심으면 밀렵꾼 검거는 물론이고 밀매에 가담한 중개무역상, 구입자들까지 추적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케냐에서는 2009∼2011년 코끼리 상아 15.9t이 밀매됐다. 같은 시기 아프리카 전체 밀매 규모의 27%에 이른다. 케냐의 상아 암시장 규모는 8조∼1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밀렵 감시를 위해 무인기(드론)를 동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용해온 헬리콥터로는 넓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최근 밀렵 방지 드론(T-20) 30대를 구입했다. T-20은 길이 2.8m, 너비 5.2m에 시속 160km로 재급유 없이 16시간 공중 정찰을 할 수 있다. 적외선카메라 등 장비도 탑재해 야간에도 순찰이 가능하다. 드론의 2년간 운영비는 대당 30만 달러(약 3억2000만 원)다.

이처럼 첨단장비까지 동원하는 것은 밀렵꾼의 활동이 갈수록 대담하고 광범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내륙국인 짐바브웨에선 밀렵꾼들이 청산가리로 코끼리 수백 마리를 독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생보호단체인 ‘짐바브웨 야생보호 태스크포스(ZCTF)’는 21일 “올 7월 한 달 동안 짐바브웨 서부 황게 야생국립공원에서 밀렵꾼들이 물웅덩이에 청산가리를 풀어 코끼리 300마리를 독살했다”며 “상아를 팔아 번 돈은 대부분 테러 단체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업적인 이윤 추구도 이런 밀렵을 부추기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1월부터 지금까지 코뿔소 1000여 마리가 밀렵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뿔소 뿔은 중국 등에서 정력제나 암 치료제로 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급증해 최근 1온스(28.3g)에 1400달러까지 치솟았다. 금값과 다름없을 정도다.

코끼리 상아는 대부분 아시아 지역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수요가 급증한 최근에는 15분에 한 마리꼴로 잡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아프리카#상아 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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