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한 금융부실 행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제재 차이는 ‘하늘과 땅’ 수준이다.
23일 미 금융리서치회사인 SNL파이낸셜에 따르면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무분별하게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해주고 모기지증권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아 약 2년간 벌금 등으로 부담한 금액이 208억2100만 달러(약 22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순이익(213억 달러)을 대부분 날린 셈이다. 반면 부실 기업어음(CP)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동양증권 등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해 한국 금융감독 당국이 매길 수 있는 최대 과태료는 5000만 원으로 지난해 이 회사 순익(369억 원)의 0.1%다.
미국은 △증권위원회(SEC) 통화감독청(OC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감독기구 △연방주택금융청(FHFA) 예금보험공사(FDIC) 등 금융 관련 연방기구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검찰 등 10여 개 기관이 돌아가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법무부와 금융 관련 연방기구의 참여로 지난해 2월 출범한 ‘주택모기지증권(RMBS) 태스크포스’는 최근 JP모건의 모기지증권 부실과 관련해 130억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JP모건은 이미 지난해 2월 법무부와 49개 주 검찰에 허술한 대출 심사 및 무분별한 주택 압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53억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약 1년 뒤 똑같은 내용으로 OCC와 연준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19억5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최근 FHFA에 40억 달러의 소송 취하 합의금을 낸 JP모건은 FHFA 산하 국책 주택금융융자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와도 같은 사안으로 합의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가 FHFA와 사실상 ‘한 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 부실을 묻는 각 기관이 얼마나 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RMBS 태스크포스’가 첫 소송 대상인 JP모건에 이어 최소 9개 금융회사에 대해 칼날을 조준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대상 금융회사들은 이미 2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 대형 금융회사다.
이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금융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협회 같은 자율규제기관에까지 부실 금융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 ‘공적 민사제소권(Public right of civil action)’을 법적으로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가를 담당하고 있는 뉴욕 주 검찰은 각 주 검찰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회사를 상대로 민사와 형사소송을 함께 할 수 있는 권한(일명 블루스카이법·Blue Sky Act)을 갖고 있다. ‘봉이 김선달’처럼 하늘까지 쪼개 팔 수 있는 월가의 위험성을 철저히 경계하라는 데서 비롯됐다.
주주 및 투자자들의 소송은 금융회사들이 별도로 부담해야 할 사안이다. JP모건의 투자자들은 최소 57억 달러(약 6조 원)의 추가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집단소송제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선 피해자들이 소송으로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또 한국은 벌금이 대부분 국가에 귀속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받아낸 합의금 절반 이상을 피해 소비자에 대한 보상에 사용한다는 점도 다르다. 한국과 미국의 금융 감독 체계를 꿰고 있는 한 법률 전문가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왜 우리는 미국처럼 부실 금융회사를 일벌백계하지 못하느냐’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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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5 10:13:01
대한민국의 법률체계, 특히 경제사범에 대한 법체계를 보면 너무나 가진자 위주로 만들어진 것 것 같습니다. 일례로 100억을 사기치든지 100억원을 소비자를 속여 부당 이익을 취하더라도 벌금 조금만 물면 되니 어덯게 범죄가 근절되겟습니까? 양형이 좀더 엄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