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과태료 최대 5000만원 ‘솜방망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금융사고 징계 절반이 ‘주의’ 그쳐… 1심 징역형 선고비율 11.6% 불과

JP모건에서 218억 달러의 벌금을 받아 낸 미국 정부와 달리 한국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잇따른 부정행위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현행 금융감독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나 임직원이 고객을 속이거나 돈을 빼돌리는 등의 범죄행위를 하면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가 이뤄지거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대부분 경징계에 그친다는 점. 지난해 1∼8월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금융사 임직원 중 49.2%(220명)는 가장 낮은 수준의 ‘주의’만 받았다. 금감원은 고객의 주식 거래 정보를 동의 없이 빼돌려 계열사에 제공하거나 차명 계좌로 한도를 초과해 불법 대출을 해 주는 등의 중대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주의’ 징계만 내렸다.

과태료도 현행법상 상한선이 최대 5000만 원에 불과해 징계 수단으로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9월 계열사 기업어음(CP) 4329억 원어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다가 걸렸지만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받는 데 그쳤다. 증권사 등에 대해서는 최대 2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투자 피해를 생각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주식시장 불공정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은 4263억 원에 달했다. 그나마 20억 원 과징금을 받은 사례는 올 9월에 처음 나왔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의 한 임원은 “중징계가 아닌 한 처벌을 받아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징계를 받은 직원을 ‘적극적으로 영업했다’며 감싸주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징계는 수위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적발 사건 상당수를 검찰에 넘기기 때문에 가볍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9월까지 적발된 주가 조작 사건 128건 중 75건은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됐다.

하지만 검찰에 넘겨진 사건 상당수는 시간을 끌며 법망을 빠져나간다. 김동원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작성한 ‘투자자 보호와 금융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 1심에서 금융사범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비율은 11.6%에 불과했다. 2006년(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당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올 3월 주가 조작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부당이득의 3배를 추징하고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가 조작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부도덕한 시장 교란에 대해 지금보다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금융사고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JP모건#금융회사#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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