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북정보 우수한 편… 방어 능력은 의문

[美NSA 도청 파문]
한국 정보기관 첩보수집 활동은

각국의 치열한 첩보 경쟁 속에 한국 정보기관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국가정보원으로 대표되는 한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등 비밀 수집 능력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에 맞서다 보니 자연스레 경쟁력이 길러졌다.

외교안보부처 관계자는 “미국이 시진트(sigint·신호정보), 테킨트(techint·기술정보)가 뛰어나다면 우리는 휴민트(humint·인적 정보)가 우수한 편”이라며 “특히 대북 정보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과 업무 협조가 되는 이유도 서로 주고받을 것(정보)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첩보부대가 감청은 물론이고 다양한 정보자산을 활용해 제작하는 블랙북(종합정보보고서)은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이 참조하는 대표적인 북한 정보. 전 국정원 관계자는 “주한 외국 대사관을 상대로도 첩보 활동을 펼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정보 수집)만큼 방어(방호 능력)도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첩보전의 최일선인 재외공관에는 대부분 국정원 파견관이 1명 이상 나가 있다. 이들은 공관장의 복무 기강 감시부터 현지 북한 관련 정보 수집까지 1인 3, 4역을 맡는다. 따라서 방첩 업무까지 담당하기란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외교관들이 체감하는 도·감청 방지 수준은 보안용 USB메모리를 나눠주고 분실했을 때 책임을 묻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집된 정보의 활용 수준도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전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정보 생산은 총괄하지만 평가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정보에 대한 판단까지 말하는 방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문자의 입맛에 맞게 정보가 왜곡 생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