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앞에서 발생한 ‘차량 자살 테러’를 두고 중국 당국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독립을 위한 계획된 테러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중국 정부의 가혹한 소수민족 통치가 사건의 발단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테러 당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인도로 돌진했던 우스만 아이산의 아내는 임신 6개월이었다. 우스만의 모친도 70세가 넘은 노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차량이 톈안먼 앞 진수이차오(金水橋)를 들이받을 때 미리 준비한 휘발유에 불을 붙였고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중국 공안사법 부문의 수장(首長)인 멍젠주(孟建柱)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은 위구르족 독립 운동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의 소행이며 중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불순한 행위”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자치구 독립을 위해 일가족이 한꺼번에 자살 테러를 했다는 게 석연치 않으며, 임신부에 칠순 노모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혹한 소수민족 통치가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의견이 많다.
위구르족인 중국민족대학의 이리하무 투허 교수는 최근 독일 라디오방송인 도이치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차량 운전자가 자살 테러에 부인과 모친을 대동할 이유가 있느냐”며 “개인적 울분을 알리기 위한 집단 분신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CNN도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은 테러라기보다는 위구르인들의 ‘절망적인 외침’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CNN의 보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테러를 비난해야 마땅하다”며 “무고한 평민과 관광객을 차로 들이받은 폭력 행위를 중국의 민족종교 정책을 비방하는 계기로 삼아서야 되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테러 이후 단속의 고삐를 당기며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고 있다. 차기 지도부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장춘셴(張春賢) 신장 당서기는 지난달 29일 소집된 정치국 회의에서 ‘우환을 싹부터 잘라내지 못했다’며 호된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장군구(軍區) 사령관인 펑융(彭勇) 중장도 당위원회 상무위원 자리에서 경질됐다. 특히 당 지도부는 신장자치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너무 유화적이어서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밍보는 전했다.
이번 사건 이후 신장과 베이징에서는 이미 50여 명이 체포됐다. 독일 라디오방송과 인터뷰한 이리하무 투허 교수도 최근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서다 베이징 번호판(京EP4346)을 단 차량에 들이받히는 의문의 사고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함부로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위협을 받았으며 그의 부인도 휴대전화를 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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