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2007년 주요 정보수집 대상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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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스노든 기밀문서 보도
노무현정부 말기∼이명박정부 초기… FTA-전작권 등 현안 ‘초점지역’
4월 반총장 도청… 예상발언 빼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07년 한국도 주요 정보 수집 대상국으로 지정해 우방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캐내 온 것으로 5일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가 전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기밀문서에 따르면 NSA는 한국을 포함해 33개국을 주요 정보 수집 대상 국가에 포함해 정보를 수집해 왔다.

‘미국 시긴트(SIGINT) 시스템 2007년 1월 전략 임무 리스트’로 돼 있는 이 문서는 작성일로부터 12∼18개월간의 임무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당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6자 회담, 전시작전권 등의 현안이 다뤄지고 있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NSA는 정보 수집 대상국을 미국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 지역(focus area)’과 그보다는 아래이지만 미국에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인정된 위험(accepted risk)’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외교정책, 정보기관 활동, 전략 기술, 미군 주둔 지역 등 4개 부문에서 초점 지역으로 분류됐다. 외교정책 부문에서 한국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일본 멕시코 이란 이스라엘 북한 등 17개국 및 유엔과 함께 초점 지역으로 분류됐다.

정보기관 활동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 쿠바 이스라엘 이란 파키스탄 북한 등 10개국이 초점 지역에 포함됐다. 전략기술에서는 한국 스웨덴 러시아 인도 등 9개국이 초점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군 주둔에서는 한국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중동지역이 초점 지역에 포함됐다. 또 한국의 전쟁 작전 계획인 ‘작계 5027(OPLAN 5027)’에 대한 군사 계획 및 운영 지원도 별도로 초점 지역에 들어갔다. 작계 5027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 지도부의 의도가 ‘인정된 위험’으로 분류됐다. 북한 베네수엘라 중국 이라크 이란 러시아 등 6개국은 별도로 ‘지속적 감시 대상(enduring targets)’으로 분류했다.

NSA는 영국 호주 한국 일본 등에 있는 미군 기지와 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Special Collection Service)를 설치하고 정보 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NSA의 정보수집 대상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 4월 백악관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반 총장을 만났을 때 사전에 반 총장을 도청해 예상 발언 요지를 미리 빼냈다고 NYT는 5일 밝혔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NYT) 보도가 나온 직후인 2일 미국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납득할 만한 설명과 조치를 신속히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아직 답은 없는 상태다. 조 대변인은 “이 사안을 엄중하게 간주하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독일 베를린 주재 대사관에서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4일 보도했다. 스노든이 유출한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는 베를린에 있는 연방의회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 관저 앞에서 도청 시설을 운용했다. 이를 이용하면 총리 관저 등 주변에 있는 정부 건물을 포함해 베를린 전역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인터넷 데이터를 빼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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