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오리건에 사는 주부 줄리 키스 씨(43)는 동네 K마트에서 산 핼러윈 소품 상자를 열다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3번을 꼭꼭 접은 편지에는 중국 랴오닝(遼寧) 성 마싼자(馬三家) 노동교화원의 수감자에 대한 고문 구타 등 잔혹행위가 영어와 중국어로 적혀 있었다.
키스 씨의 제보로 이 편지는 오리건 현지 언론에 소개된 뒤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미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노동교화원에 대한 비판이 비등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중국 베이징(北京)의 CNN 지국으로 최근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왔다. 초췌한 몰골의 이 남성은 자신이 편지의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장 씨’라고만 밝힌 그는 중국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편지로 다하지 못한 교화원 내 실태를 털어놨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파룬궁 신도로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이 열리기 몇 달 전 경찰에게 붙잡혀 2년 6개월 형을 받고 마싼자 노동교화원에 구금됐다고 했다.
그는 “노동교화원은 수감자를 대상으로 구타, 잠 안 재우기, 고문이 일상화된 곳”이라고 폭로했다. 수감자들은 오전 4시 15분에 일어나 6시부터 정오까지 일을 하고 30분간 점심식사 후 다시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해야 했다. 밤 12시까지 혹사당하는 때도 많았다. 장 씨는 “외국에 수출하는 (핼러윈 세트 같은) 물건들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정해진 양만 채우면 구타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 씨는 2008년 노동교화원의 인권 학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편지를 썼다. 교화시간에 연습장 종이를 몰래 훔치고 동료로부터 펜을 구해 침대 사이에 끼워 뒀다. 한밤중 모두가 잠에 든 시간 깨알같이 편지를 써내려 갔다. 2, 3일에 한 통씩 모두 20여 통을 완성한 뒤 핼러윈 상자에 끼워 넣었다.
대학 졸업자인 그는 영어로 쓰면서 교화원 실태를 정확히 알려야 하는 부분은 중국어를 섞어 썼다. 이렇게 힘들게 쓴 편지는 4년 후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장 씨는 CNN에 “교화원은 올 9월 문을 닫았고 이에 용기를 얻어 인권유린 실태를 낱낱이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씨가 찾아온 후 CNN이 수소문해 찾은 다른 수감자들도 속속 폭로에 나섰다. 장 씨와 함께 수감됐던 한 여성은 “그곳은 지옥”이라며 “혈압과 영양실조로 쓰러졌는데 치료는커녕 오히려 구타를 당했고 깨어난 후에는 다시 일을 해야 했다”며 치를 떨었다.
편지를 쓴 장 씨는 교화원에서 만기 출소해 베이징에서 살고 있다가 자신의 편지가 바다 건너 미국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키스 씨에게 편지를 보내 “옳은 일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키스 씨는 CNN에 “당시 구입한 소품은 피 흘리는 묘지 소품이었는데 이 소품을 만든 사람들이 실제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니 정말 아이러니”라며 “지금은 제품을 구입할 때 꼭 생산지를 확인하고 중국 제품은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제품을 수입했던 K마트 측은 “중국 하청업체 조사를 벌였으나 잔혹행위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그렇지만 중국으로부터 해당 제품 수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들어선 중국 새 지도부는 노동교화원 폐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당내 보수파의 반대로 노동교화원 폐지가 무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중국의 한 퇴직 관리는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노동교화원을 매우 혐오하지만 후진타오 전 주석 등 원로들이 막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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