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동북아의 평화체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 또는 발의)’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한러 양국의 학자와 경제인들이 모여 12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 의미와 향후 한러 관계를 전망하는 ‘한러협력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러친선협회와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이날 브누코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양국 정상회담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그는 “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23년 간 25차례나 정상회담을 열었다”며 “양국 정상의 만남과 협력 증진은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브누코프 대사는 양국의 수교 기간은 23년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19세기 말에 한반도에 가장 먼저 들어온 서방국 중 하나”라며 “일제강점기 러시아 극동지역이 항일 투사들의 제2의 고향이 되는 등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드러냈다. 브누코프 대사는 “양국 정상이 9월에 정상회담을 가진 지 2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은 양국 관계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발전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기술적인 준비가 모두 끝난 만큼 남북의 동의만 이뤄지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윤호 전 주러시아 한국대사는 양국 경제협력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뒤 2010년 1월∼2011년 10월까지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이 전 대사는 “한러 협력이 가져다줄 잠재력에 비하면 현재 양국 교류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과 러시아가 2010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지만 그 의미가 모호하다”면서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한이 양국 관계를 구체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협력이 큰 시너지를 내는 이유는 양국 경제구조의 상호 보완성 때문이라는 게 이 전 대사의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는 규모나 경제력에 비해 제조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제조업 강국을 일궈낸 한국 기업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 또 러시아가 가진 자원과 극동지역의 인프라 투자는 한국에는 새로운 미래”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6자회담 등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브누코프 대사는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외교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확신하며 그 틀은 6자회담”이라며 “핵문제뿐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국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반도 안보의 기본원칙을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