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EU 수교 5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6박 8일간의 서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 “지속가능한 성장”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EU는 무한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세계 역사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글을 인상 깊게 접한 적이 있다”며 “한국의 지향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양측 정상은 ‘한-EU 우수연구자 교류 이행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유럽연구이사회(ERC)에 방문해 연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ERC는 기초연구 지원을 위해 EU 산하에 세워진 독립기구로, 매년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453개 연구팀을 지원해 노벨상 수상자 8명을 배출했다. ERC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 우수 연구자를 파견받기로 했다.
또 양측 정상은 이날 브뤼셀에서 개소식을 한 ‘한-EU 연구혁신센터’ 출범을 환영했다. 이 센터는 우리나라의 EU 현지 사무소 개념으로 과학기술 연구자와 벤처기업들의 유럽 전초기지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은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며 EU의 각종 네트워크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양측 정상은 기존의 장관급으로 진행되던 무역위원회와 별도로 차관급의 산업정책 대화를 올해부터 신설하기로 했다. 무역위원회가 한-EU FTA 이행을 비롯한 당면한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면 산업정책 대화는 향후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 협력 방안을 높이는 등 미래지향적 대화 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회담 전날 ‘한-EU 과학자·기업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티머시 헌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ERC의 헬가 노보트니 이사장, 지난해 ERC 신진연구자로 선정된 주철민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 등 EU의 주요 과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박 대통령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기초연구 지원비율을 현재 36%에서 2017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만만찮은 경제상황이지만 큰 혁신을 위해 장기적 관점으로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돼야”
EU는 북한에 대해 ‘비판적 관여정책(critical engagement)’을 채택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규탄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둔다는 전략이다. 양측 정상은 EU의 이 정책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공통점이 많다는 데 주목하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측 정상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나타냈다. 특히 탈북민의 안전과 행복이 전적으로 보장되고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준수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설명했고 EU 정상은 통합 경험을 전수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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