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태풍 강습은 최근 우리나라에 ‘가을 태풍’이 자주 불어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올여름 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이 오래 지속된 영향으로 지난달까지 태풍 발원지인 서태평양 열대 해상의 수온이 예년보다 1도가량 높았다. 과거에는 유례가 없던 수온 1도 상승에 기상학자들은 강력한 태풍 발생을 경고해왔다. 태풍은 고온의 바다가 머금은 수증기를 주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이다.
10일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9월과 10월 발생한 태풍은 13개로 한여름에 주춤했던 태풍이 가을에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발생한 태풍도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28개에 이른다. 센터 관계자는 “가을에도 태풍 발생 조건을 충족시키는 해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태평양에서 북상한 태풍은 한반도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월 들어 우리나라로 내려온 북쪽의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이 태풍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동남아나 일본 남부 해상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 하이옌은 서태평양에서 발원한 태풍이 위로 가지 못하고 서쪽인 필리핀 방향으로 이동한 경우다.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진행될수록 태풍은 더 강하고 더 늦게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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