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2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 세워진 존 F 케네디(사진) 암살 현장 박물관에는 평일 낮인데도 미국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수십 명이 입구부터 줄을 이었다. 이 박물관의 이름은 ‘6층(the sixth floor)’. 50년 전인 1963년 11월 22일,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미국 국정교과서 보관 창고이던 건물의 6층에서 카퍼레이드 중이던 케네디 대통령의 뒤통수에 총을 쏜 역사의 현장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박물관에는 50년 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전후한 긴박한 미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방문객들은 개인 리시버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암살 전후 시간대별로 구성된 각종 영상물을 둘러봤다. 한 30대 미국인 관광객은 “어렸을 때부터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암살 50년을 맞아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케네디 암살 50주년을 맞아 현장을 찾은 이들은 박물관 외부에도 많았다. 케네디가 오즈월드의 흉탄을 맞은 도로 위 지점은 흰색 페인트로 ‘×’ 표시가 돼 있었다. 관광객들은 차들이 없는 틈을 타 이 지점 위를 직접 밟아 보거나 ‘6층 박물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앞서 박물관에서 본 저격 당시 영상이 도로 위 ‘×’ 표시와 연동되면서 50년 전 격동의 역사가 생생하게 연상되는 듯했다.
미국 국민의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관심의 열기는 이달 22일로 다가오는 50번째 기일(忌日)을 앞두고 절정에 이르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일생을 다룬 전기와 관련 저작물이 올해 가을에만 수십 권씩 서점에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7일자에 ‘존 F 케네디의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리뷰 섹션을 내는 등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케네디 특수’를 전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CNN은 17일부터 배우 톰 행크스가 제작을 맡은 10부작 다큐멘터리의 ‘60년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방영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도 10, 12일 드라마 ‘케네디 죽이기(Killing Kennedy)’를 방영한다. 암살 직후 상황을 담은 영화 ‘파크랜드’가 최근 개봉되는 등 극장가에도 케네디 바람이 불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오곤 했던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음모론도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8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오즈월드가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확실히 의심이 든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누가 연루됐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가) 오즈월드의 행적과 범행 이유를 명확히 밝혀냈는지, 쿠바와 러시아로부터 영향 받은 건 없는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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