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NSC 창설 경쟁… ‘아시아 패러독스’ 고착화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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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 지휘 내-외치 총괄… 런민일보 “대국 자신감 반영”
日, 아베 최측근 국장 낙점… 집단자위권-평화헌법 개정 가속
영토분쟁-북핵-美 아시아회귀 겹쳐… 동북아 군비경쟁-안보불안 커질듯

중국과 일본이 앞다퉈 외교안보 사령탑 강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를 본뜬 조직을 신설하고 있는 것. 군사적 충돌이나 긴급한 외교현안이 발생할 때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 및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북아 국가들이 외교안보 사령탑 강화 움직임으로 자국 이익만 최우선 가치로 두다 보면 자칫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북아 내 경제교류가 늘면서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영토 분쟁, 군비 경쟁 등으로 정치, 안보 측면의 불안정이 커지는 ‘아시아 패러독스’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중-일 앞다퉈 NSC 신설

중국은 12일 폐막한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중국판 NSC인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을 결정했다.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13일 “대국은 기본 하드웨어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차세대 전투기가 있어야 하듯 기본 소프트웨어로 국가안전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안전위 설립은 중국의 새 시대에 대한 전략적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국가안전위는 내치와 외치를 모두 아우르는 막강한 권력기구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런민일보는 “국가안보의 개념이 이미 외교와 국방, 군사 영역에서 경제 금융 에너지 과학기술 등의 영역으로 확장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현재 국가안전위 창설을 진두지휘 중이며 공안 사법 분야를 관장하는 멍젠주(孟建柱) 정법위원회 서기와 왕후닝(王호寧) 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융칭(汪永淸) 정법위 비서장 등이 창설 작업에 참가 중이라고 한다.

일본 중의원은 7일 일본판 NSC 설립 법안을 통과시켰다. 참의원에서도 가결될 것이 확실해 이달 중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장은 총리가 맡고 총리, 관방장관, 외상, 방위상으로 구성된 ‘4인 각료 회의’가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방침을 결정한다. 사무국인 국가안전보장국의 장으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 조언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내각관방참여(자문역)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판 NSC가 정점에 서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지휘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평화헌법 개정 등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올해 2월 NSC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했다. 국제협력, 위기관리, 정보융합 등 3개 비서관실로 구성된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전쟁 위협, 개성공단의 일방적 가동 중단 같은 상황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총지휘해 왔다.

○ ‘안보 위기’가 부른 NSC 창설 붐

중국 공산당은 당면한 국내외 도전과 안보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조직인 국가안전위를 만들었다. 일본 역시 중국과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짓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일본판 NSC를 만들었다. 중-일이 서로 견제하다 보니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은 2009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미국과 경쟁에 나섰다. 미일 동맹은 강화되는 반면 중-일 관계는 센카쿠 영유권 분쟁으로 크게 악화됐다. 중국은 또 필리핀, 베트남과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중국은 해양 진출을 강화하고 있고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실험을 했다. 이를 겨냥한 일본판 NSC는 국가안전보장국 산하 6개 조직 중 하나에 중국과 북한을 명시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미 근대를 지난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주권, 애국심, 영토 등 근대적 가치체계가 여전히 국내 정치의 쟁점이 되고 있다”며 “각국 정치인들이 외교 문제와 관련해 국내 지지도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지역 전체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과 일본의 NSC 설립은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을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내부직제 개편 차원으로 이해한다”면서도 “NSC가 어떤 인물들로 어떻게 구성돼 무슨 활동을 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 이정은 기자
#중국#일본#NSC#영토분쟁#군비#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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