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딸’ 2명이 맞붙은 17일 칠레 대선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미첼 바첼레트 좌파 연합 후보(62)와 에벨린 마테이 우파 연합 후보(60)가 소꿉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성향, 선거공약, 외모 등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첼레트 후보는 2006∼2010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을, 마테이 후보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율로 1위를, 마테이 전 장관이 14%를 얻어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관건은 바첼레트의 과반 득표 여부. 이날 바첼레트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다음 달 1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선거 막판 마테이를 중심으로 한 우파 세력 결집이 가속화하고 있어 바첼레트의 과반 득표 및 결선 투표의 승리를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번 대선은 현지 시간 17일 오전 8시∼오후 6시(한국 시간 17일 오후 8시∼18일 오전 6시)에 치러진다.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 마감 직후 발표된다.
바첼레트와 마테이의 부친은 모두 공군 장성 출신이다. 바첼레트의 부친은 1973년 집권한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반대하다 모진 고문을 받고 1974년 옥사했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바첼레트도 고문을 받았고 어머니와 함께 호주, 동독 등을 떠돌며 망명생활까지 했다. 1979년 귀국한 바첼레트는 1988년 정계에 입문한 후 2006년 3월 칠레의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됐다. 퇴임 후에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 대표로 활동했다.
반면 마테이의 부친은 피노체트를 지지해 보건부 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영국 유학파 출신인 마테이는 평생 유복한 생활을 누렸다. 남편 역시 칠레 중앙은행장 출신이다.
두 사람은 공약과 외모도 판이하다. 바첼레트는 낙태 허용, 증세 등 진보 성향의 정책을 고수해 왔다. 마테이는 제한적 낙태, 분배보다 성장 우선 위주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세 자녀를 둔 이혼녀인 바첼레트는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풍모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유명하다. 반면 상당한 미모를 지닌 마테이는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화려한 옷을 즐겨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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