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핵심 에너지 수송 노선에 확보한 해외 거점 항구를 잇는 항로가 ‘진주목걸이(珍珠련)’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진주목걸이는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중동과 아라비아 해, 인도양, 남중국해를 잇는다. 중국 해군도 최근 이 해로를 따라 진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 맞서는 ‘해상 만리장성’인 것이다.
○ 모양 갖춘 ‘진주목걸이’
중국은 아라비아 반도 최남단 예멘에 5000MW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아덴 항과 모카 항의 컨테이너 부두 확장 공사를 위해 5억700만 달러(약 5363억 원) 규모의 장기 저리 ‘소프트론’을 제공키로 했다고 상하이(上海) 둥팡(東方)조보 등이 18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밝힌 내용이다. 중국과 예멘은 또 모카 항 개발과 아덴 국제공항의 활주로 확장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아덴 항은 아라비아 반도 서남쪽 끝 아덴 만에 있는 자유항. 역사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교통 요충지다. 모카 항은 모카커피의 탄생지로 홍해 쪽에 있다.
중국은 올해 2월 인도양 거점 항구인 파키스탄 과다르 항의 운영·관리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6월에는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에 중국의 차관과 기술 원조가 들어갔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의 항구도 중국 자금과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중국이 예멘에 발을 담그면서 진주목걸이는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중국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석유의 약 60%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 석유의 약 80%가 진주목걸이 라인을 따라 수송된다.
○ 중국 해군의 기지 역할
중국이 확보한 이 라인상의 항구들은 앞으로 중국 해군의 거점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영 환추(環球)시보 인터넷판은 올해 1월 ‘미래 10년 중국 해군의 해외기지 및 항구분포 예측도’를 게재했다. 동쪽으로 북한 청진항까지 포함하는 예측도에 따르면 진주목걸이상에서 확보한 항구 대부분이 해군의 미래 거점 기지로 표시돼 있다.
중국 해군이 북한을 포함해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아시아·태평양 항구 10곳, 아프리카 5곳 등 적어도 15곳 이상을 거점 항구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측도에 예멘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신문인 궈지셴취다오(國際先驅導)보는 비슷한 시기에 예멘 아덴 항을 거론했다.
이들 거점은 세 부류로 나눠진다. 1단계 거점은 평상시 군함이 유류와 식량 등을 공급받는 보급기지다. 2단계는 보급을 넘어 접안이 가능하고 무인 정찰기를 운용할 수 있다. 3단계는 대형 함정의 무기와 장비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이 이들 항구에 점진적으로 군항 건설을 추진하고 중국 유조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훈련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주목걸이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대응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투사하는 전략 라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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