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뉴욕 명물이 하룻밤새 예고없이 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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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의 메카’ 파이브포인츠… 7시간 걸쳐 하얀 페인트로 지워
건물주 “연내철거후 아파트 신축”… 거리화가들 반발에 스튜디오 약속

20년 동안 ‘그라피티 메카’로 불리며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던 ‘파이브포인츠’(왼쪽 사진)의 벽화 작품들이 19일 새벽에 하얀 페인트로 깡그리 사라진 것을 확인한 거리의 화가들이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나탄트웨티·뉴욕타임스
20년 동안 ‘그라피티 메카’로 불리며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던 ‘파이브포인츠’(왼쪽 사진)의 벽화 작품들이 19일 새벽에 하얀 페인트로 깡그리 사라진 것을 확인한 거리의 화가들이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나탄트웨티·뉴욕타임스
20년 넘게 ‘그라피티(Graffiti·낙서 형태의 벽화)의 메카’로 불리며 뉴욕의 명물이었던 ‘파이브포인츠’가 하룻밤 새에 사라져버렸다. 하얀 페인트로 작품이 지워져버린 모습을 본 거리 화가들은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분노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19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 대형 창고의 내·외부 벽면을 캔버스 삼아 1500여 명의 거리 화가들이 작품 활동을 펼쳐왔던 파이브포인츠가 역사에서 사라졌다. 1970년대 이 창고들을 사들인 제리 월코프 씨는 20년 전부터 이 창고 벽에 그라피티를 그릴 수 있도록 개방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뉴욕 시의회로부터 건물 철거 허가를 받은 뒤 19일 0시부터 7시간에 걸쳐 인부들을 동원해 그라피티를 하얀 페인트로 모두 지워버렸다.

이곳의 비공식 큐레이터인 마리 세실 플라겔 씨는 “로마를 불태워버린 네로 황제처럼 1000여 예술가들에게 무례를 범한 것”이라며 “(예술가에 대한)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CBS에 밝혔다. 관광객들을 이끌고 이곳을 찾은 관광가이드인 한스 리턴 씨도 “이렇게 웅장한 작품들을 왜 지웠는지 모르겠다. 잔인하다”고 말했다.

월코프 씨는 연말에 이 건물을 철거하고 4억 달러를 들여 두 동의 글래스타워와 1000가구가 입주하는 고급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거리 화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거 결정을 한 뉴욕 시의회와 월코프 씨는 새 건물이 들어서도 화가들의 작품 활동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건물주의 아들인 데이비드 월코프 씨는 “나도 그라피티 애호가인데 아침에 지워진 모습을 보고 울었다. 1만2000ft2(1114.83m²)의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고 일부 아파트에는 화가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그라피티#뉴욕#파이브포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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