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은밀한 곳 닮았다? 女 건축가 “구멍 뚫렸다고…” 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4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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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릴 카타르의 알 와크라 스타디움의 조감도가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인 가운데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거져 당혹스럽다며 알 와크라 스타디움은 여성의 은밀한 부위가 아닌 아랍의 전통 목선 다우(Dhow)의 삼각형 돛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항변했다.

자하 하디드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그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요? 구멍만 있으면 모든 게 여성의 생식기라는 건가요? 그건 말도 안 되죠"라고 일축했다.

그는 가운데 구멍이 난 곡선형 지붕은 다우의 돛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다우는 카타르 어부들이 고기잡이에 쓰던 전통의 배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여성이기에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자하 하디드는 "솔직히 남성 건축가가 이번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그런 외설적인 비교는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라크 출신의 자하 하디드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건축가로 통한다. 그는 2004년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여성 최초로 받았다. 미국 신시내티 로젠탈 현대마술센터, 이탈리아 로마의 21세기 박물관,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영센터,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 등 대표작 외에 우리나라의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자하 하디드가 세계 최대 건축설계회사 중 하나인 에이콤(AECOM)과 공동작업을 벌인 알 와크라 스타디움의 조감도는 얼마 전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낮 최고기온이 50℃에 이르는 혹독한 사막기후를 이겨낼 수 있는 최첨단 경기장의 조감도에 대해 설계업체는 "수세기에 걸쳐 어부와 진주조개잡이들을 실어나른 다우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며 "이 스타디움은 카타르의 과거와 미래를 위한 발전적인 비전들을 함께 엮어 설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팬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조감도를 본 수만 명이 트위터 등을 통해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 조감도는 순식간에 온라인에 퍼지며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파문이 확산하자 설계자 자하 하디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기된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자하 하디드가 설명했듯 이 경기장의 지붕은 다우 돛 여러 개를 형상화했는데, 카타르의 타는 듯한 더위와 맞선다는 의미라고. 또 지붕은 관중석에 그늘을 만들어 줘 냉방을 하지 않더라도 섭씨 30℃~32℃를 유지하게끔 하는 기능도 한다. 이 경기장은 2018년 완공 예정으로 4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편 다우의 돛 모양을 형상화한 건축물 중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명물 '버즈 알 아랍' 호텔이 가장 유명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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