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구제금융 졸업 앞두고… 외국인 직접투자 올 2배로 급증
12월 졸업 아일랜드도 ‘큰손’ 몰려
3년간의 경기 침체 끝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선언한 스페인과 아일랜드에 외국인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위기를 막 벗어나기 시작한 유럽 국가의 저평가 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점하려는 월가의 ‘큰손’과 글로벌 펀드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내년 1월 구제금융을 졸업할 것이라고 선언한 스페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서부터 국부펀드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프랑스국제라디오(RFI) 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페인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190억 유로(약 27조298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였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 지분의 6%를 사들였으며,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IPIC는 에너지기업 셉을 인수했다. 또 카타르홀딩스가 전력업체인 이베르드롤라의 1대 주주가 되는 등 남미 시장에 진출한 스페인 에너지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월가의 큰손인 워런 버핏과 멕시코 최대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도 스페인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빌 게이츠는 지난달 스페인 건설회사 FCC의 지분 6%를 1억5500만 달러(약 1645억 원)에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2008년 스페인 경제위기를 촉발한 계기였다는 점에서 게이츠의 투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호세 마누엘 소리아 스페인 산업장관은 “게이츠의 지분 인수는 스페인 경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올 6월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체결한 스페인 부동산 계약 규모는 11억 유로가 넘는다.
다음 달 15일 IMF의 구제금융을 조기에 졸업하겠다고 선언한 아일랜드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640억 달러(약 70조 원)를 굴리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는 아일랜드 국채에 대해 공격적 매수에 나섰고, 미국의 부동산 투자회사와 러시아 국부펀드는 아일랜드 내 호텔을 사들이고 있다. 이 덕분에 2분기(4∼6월) 건설 부문 성장률은 전 분기에 비해 1.7% 올라갔다. 아일랜드는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제2의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최소 15개의 글로벌 사모펀드(PEF) 그룹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를 재개하기 위해 40억 유로(약 5조7469억 원)가 넘는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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