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NSC 가결… 아베 ‘전후체제 깨기’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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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방위만 하지 않겠다” 여야 압도적 찬성속 참의원 통과
연내 확정할 新방위대강엔… ‘적극적 평화주의’ 기본방침 명기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 발표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일본의 소위 ‘보통국가화 프로그램’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국회는 27일 외교·안보정책 사령탑 역할을 할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7일 중의원(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날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여야의 압도적 찬성 속에 가결됐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는 이날 도쿄(東京) 도내에서 처음 가진 한 강연에서 “일본의 안전보장정책 변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의 기존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전수방위(全守防衛·방어만 한다는 의미)를 원칙으로 한 일본의 전후체제 탈피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 가속화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

다음 달 설치될 일본판 NSC는 총리, 관방장관, 외상, 방위상으로 구성된 ‘4인 각료회의’의 사무국 성격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위기관리를 담당한다. 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일본판 CIA도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NSC의 의장은 총리가 맡는다. 초대 사무국장에는 아베 총리의 ‘외교 브레인’으로 이른바 대중국 포위망을 의미하는 ‘가치관 외교’의 창시자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69) 내각관방참여(자문역)가 사실상 내정됐다. 국가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도 신설된다. 일본판 NSC가 신설되면 외교·안보 정보가 총리 관저로 집중돼 아베 총리의 정책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정권은 26일 중의원을 통과한 특정비밀보호법안도 내달 6일 임시국회 회기 종료 전에 참의원에서 가결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판 NSC가 미국 NSC 등 각국 유사 조직과 원활한 정보 교환을 하려면 정보 누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언론은 일본판 NSC와 특정비밀보호법을 아베 정권의 ‘전후체제 탈피 프로젝트’의 첫 관문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육상자위대가 총리와 방위상에게 알리지 않고 해외 정보활동을 한 것으로 27일 드러나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육상자위대의 비밀정보부대인 ‘육상막료감부(한국의 육군본부에 해당) 운용지원·정보부 별반’은 냉전 때부터 총리와 방위상에게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한국, 러시아, 중국, 동유럽 등에 거점을 마련해 신분을 위장한 자위관에게 정보수집 활동을 시켰다. 정보 요원들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육상막료장에게 정보를 보고했다. 자위대 최고 지휘관인 총리뿐 아니라 국회의 감시도 없이 자위관이 해외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한 것은 문민 통제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특정비밀보호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위대에 관한 많은 정보가 특정비밀로 지정되기 때문에 국민이나 국회의 감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핑계로 강화하는 국방력

아베 정권은 또 중국을 겨냥해 연말 확정할 10개년 방위계획인 ‘신(新)방위대강’에 주변 바다와 상공에 대한 상시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최근 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등 동중국해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NHK가 27일 보도한 신방위대강 개요에 따르면 자위대 체제와 관련해 “주변 해·공역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넓은 지역에서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 낙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상륙·확보(탈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민수용으로 전용 가능한 군사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도 개요에 포함시켜 ‘무기 수출 금지 3원칙’을 사실상 해체했다.

아베 정권 우경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신방위대강 개요의 ‘기본방침’ 항목에 “현행 헌법하에서의 전수방위에 전념하고 군사대국이 되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을 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도 기본방침으로 명기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세계 평화와 안정에 공헌한다’는 의미지만 속내는 군사 대국화로 가기 위한 위장 슬로건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베 내각은 연말까지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의견을 청취한 뒤 무기 수출 3원칙 개정, 기동전투차량, 고속 소형 호위함 등의 도입 방침을 포함하는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아베#보통국가#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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