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재일조선인 매수해 北에도 스파이 보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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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옛 정보수집팀 활동 폭로
인사부 담당자가 대를 이어가며 총리-방위상도 모르게 뒤 봐줘

한국에서 신분을 위장해 스파이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일본 육상자위대 정보수집팀인 ‘육상막료감부(한국의 육군본부) 운용지원·정보부별반’의 구체적인 운영 실태가 28일 밝혀졌다.

28일 일본 언론이 보도한 옛 정보수집팀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몇 명의 그룹으로 활동했고 서로의 이름도 몰랐다. 재일 조선인을 매수해 북한에 스파이로 보내기도 했다. 활동자금 등 이들의 뒤는 육상막료감부 인사부 담당자가 대를 이어가며 비밀리에 계속 봐줬다. 물론 영수증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수집팀원 절반은 심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이런 비합법적인 일은 못 하겠다’며 조직을 떠나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조직이 발각될 경우에 대비해 총리나 방위상에게 관련 내용을 일절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육상자위대 막료장(한국의 육군 참모총장)에게도 해외 거점과 구체적인 활동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육상자위대 정보담당자들은 이 조직을 맹장(盲腸)에 비유하기도 했다. 도움도 안 되고 없어도 그만이지만 언제 발병(발각되는 것)할지 모르고, 이럴 경우 격심한 통증(비판)과 함께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도쿄(東京) 소재 고다이라(小平) 학교의 ‘심리방호과정’에서 한 기에 7, 8명이 편입돼 추적 잠입 잠복 등의 교육을 받았다. 육상자위대원뿐 아니라 해군자위대원과 공군자위대원도 일부 포함됐다.

아사히신문은 이 과정에서 일본이 외국에 점령될 경우를 상정해 민중 봉기를 촉구하거나, 파괴 공작, 도청 등의 게릴라 훈련을 해왔다고 1993년 폭로한 바 있다.

일본 자위대의 정보조직은 1997년 방위성 산하 정보본부로 통합됐다. 당초 1700명 규모로 출범했던 이 조직은 현재 2400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 정보 관계자는 “현재는 감청에 치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특정비밀보호법안 추진과 연계해 문민통제가 약화될 경우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공격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 보도와 관련해 28일 “해당 기관에서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안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한 조치에는 외교적 항의를 비롯해 스파이 요원에 대한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 한국 체류 중인 인물의 추방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 자위대#재일조선인#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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