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회담, 中방공구역 조율 빈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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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바이든 회담뒤 표정 어두워”
수위 낮춘 美 “방공구역 실행 말라”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ADIZ) 논란의 중재자로 기대됐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지만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DIZ 문제에 대해 양측이 해답을 찾지 못하면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4일 바이든 부통령이 베이징(北京)에서 시 주석과 예정보다 한 시간가량 더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시 주석이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며 “미중 양국이 관계를 올바르게 가져간다면 (관계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또 “(양국의) 관계는 궁극적으로 신뢰와 긍정적인 사고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앞서 2∼4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중국의 ADIZ 선포는 지역 내 긴장과 충돌의 위험성을 높였다”며 중국에 직접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 방문에서 ADIZ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견해를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공식 코멘트는 없었다. AP통신은 이날 바이든 부통령의 표정이 어두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ADIZ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시 주석은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게 양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옳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고 신화(新華)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ADIZ 논란 등 지역 내 분쟁의 근본 원인이 일본과 미국에 있다고 지적해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더 압박하기보다는 역내 안정을 유도하는 데 방점을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3일 “중국 ADIZ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백악관과 국무부가 “중국은 ADIZ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던 것에서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선포 자체는 철회하지 않더라도 선포한 중국의 ADIZ 구역에서 비행통제 등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언론도 바이든 부통령이 전날 일본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았고, ADIZ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5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회동한 뒤 중국을 떠나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기착지인 한국을 방문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방공식별구역#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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