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총리, 퇴진 대신 승부수 띄워… 탁신 실각 이후 7년째 되풀이
야당-반정부 시위대 “투쟁 계속”
2006년 군부 쿠데타 이후 7년째 총선과 의회 해산이 반복되고 있는 태국이 또다시 극도의 정정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9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잉락 친나왓 총리는 대국민 성명을 내고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초강수 카드에는 시위를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실려 있다고 현지 언론이 관측했다.
잉락 총리는 이날 “정부는 더이상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거는 민주주의에 따라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 측에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등 타협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야당과 시위대가 모두 거부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잉락 총리의 성명 발표 직후 태국 정부 대변인은 “내년 2월 2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일정을 발표했다.
잉락 총리의 의회 해산과 총선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는 “투쟁을 계속하겠다”며 타협을 거부했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AFP통신에 “우리의 목표는 탁신 정권의 축출”이라며 “하원이 해산되고 총선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탁신 정권이 존재하는 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의회 해산보다 주권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앞서 “10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하면 정부를 바꿀 수 있다”며 9일을 정권을 전복시킬 ‘최후 결전의 날’로 선포한 뒤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그는 “시위 참여 인원이 100만 명에 도달하면 승리를 선언하고 ‘국민회의(People Council)’를 설립해 시민들을 위한 정부를 꾸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패배를 인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CNN은 이날 시위 참여 인원이 10만∼15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잉락 총리가 전격적으로 의회 해산을 선포하면서 시위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거부하는 것은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 노동자 계층에서는 아직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는 점을 들어 여당인 푸어타이당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농민들의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을 실시한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친동생인 잉락 총리는 여전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층은 전통적으로 왕실과 가까운 방콕 거주 엘리트, 정부 관리, 법조계와 군 인사 등이다.
태국 야당이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 벌일 경우 유혈 충돌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태국에서 벌어진 시위로 한 달 동안 5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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