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위대가 8일 러시아에 대해 반감을 표출하는 뜻으로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을 쓰러뜨렸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레닌 동상 철거는 이날 오후 시위대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면서 EU 대신 러시아를 선택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시위대는 최대 10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10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얼굴을 가린 시위대 수십 명은 이날 저녁 수도 키예프 시내 베사랍스카 광장에 서 있던 3.45m 높이의 레닌 동상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목에 올가미를 건 뒤 10여 분간 끌어당긴 끝에 동상을 쓰러뜨렸다. 레닌 동상은 머리 부분부터 뒤로 넘어지며 땅에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바로 목이 떨어져 나갔다. 성난 시위대는 쓰러진 레닌 동상에 망치질을 해 동상을 부순 뒤 이를 기념품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인근에 있던 1500여 명의 시위대는 동상이 쓰러지자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 시위대는 “다음은 야누코비치 대통령 차례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2월에 세워진 이 동상은 키예프 시내에 남은 유일한 레닌 기념물로 알려졌다. 이 동상은 2009년에도 민족주의자들에게서 공격을 당해 얼굴과 왼손 부분이 부서지는 등 수난을 당했다가 우크라이나 공산당에 의해 복원됐다.
민족주의 성향의 스보보다(자유)당은 이날 “우리 당원들이 동상을 무너뜨렸다”며 “이는 (옛) 소련 점령의 종식과 우크라이나의 독립, 전제적인 과거와의 단절, 역사적 정당성 복구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레닌 동상 철거를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한 명백한 거부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인 공산당은 동상 철거를 민주주의 운동과 상관없는 기물 파손 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 처벌에 착수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대화로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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