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TSB, 아시아나사고 청문회 인터넷으로 전세계 생중계
“2014년 7월경 최종 조사 결론”
“항공기 조종사가 자동 항법장치를 많이 활용하면 수동 비행 기술 연마 시간이 줄어듭니다. 수동 조종 훈련을 하는 기회도 있어야 합니다.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하지요.”
30년 넘게 여객기 조종사로 일한 데이브 매케니 씨는 1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워싱턴 본부에서 개최한 올해 7월 샌프란시스코공항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추락사고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비행기의 최첨단 계기들이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그가 출석한 청문회의 3세션(오후 2시 반∼4시 반)은 ‘기계인 항공기의 자동화와 인간인 조종사 실수’라는 철학적 주제를 둘러싼 학술 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항공기 자동화가 사고를 줄이고 비행 효율을 높이지만 조종사가 기계 정보 인식에 실패하면 오히려 사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인 조종사에 초점을 둔 항공기 조종석 디자인과 자동화 장치 설계 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3세션이 끝난 뒤 NTSB의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토론을 통해 ‘방해 관리(disturbance management)’라는 말을 새로 배웠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협하는 다양한 방해와 교란을 통제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뜻한다.
청문회가 자동화와 조종사의 기술에 관심을 둔 것은 이번 사고에 대한 위원회의 시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사고기의 이강국 기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활공각 지시장치(글라이드슬로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통보받은 뒤 눈으로 활주로를 확인하며 착륙(비주얼 랜딩)하는 작업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이 기장과 교관 역을 맡은 부기장이 사고 직전에야 활강 고도가 너무 낮았고 속도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다시 이륙하려다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모두 ‘자동화 부작용’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청문회에 출석한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 기장이 수동 조작에 대해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 비주얼 랜딩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였다”며 “보잉 777기의 자동화 계기가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보잉사 측은 “조종사들이 계기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위원회는 사고 발생 1년이 되는 내년 7월경 최종 조사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조사 과정의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일반에 공개됐다. 또 한국어 통역 서비스와 함께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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