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했던 이집트의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이 테러조직으로 지정됐다. 이집트 집권세력에서 테러단체로 신세가 급격하게 바뀐 셈이다. 이에 따라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내에서 모든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등 85년 조직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2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삼 에이사 이집트 부총리 겸 고등교육장관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무슬림형제단과 관련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에이사 부총리는 이 조치가 무슬림형제단에 소속되거나 자금을 대고 활동을 조장하는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테러조직 지정의 발단은 전날 다칼리야 주의 주도 만수라에 위치한 경찰본부 청사를 노린 폭탄 공격이었다. 이 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하젬 알베블라위 이집트 총리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이라고 비난했고, 에이사 부총리도 “이집트 전역이 무슬림형제단의 끔찍한 범죄행위로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도정부는 이 공격이 무슬림형제단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테러 관련설을 부인했다. 동북부 시나이반도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 등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일방적 조치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928년 이집트에서 설립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운동을 펼치며 독재 정권에 항거하기도 했다. 1940년대 후반부터는 과격한 성향을 보이며 요인 암살과 테러 등을 벌였다. 1954년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 암살 기도로 불법 단체로 규정됐다. 이후에도 안와르 엘 사다트 전 대통령 암살과 경찰 간부 살해, 내무장관에 대한 폭탄 테러 등을 벌여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이 퇴진하면서 무슬림형제단은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6월 이 단체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단체가 ‘테러조직’으로 지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6개월. 경제 운영 실패와 권력 독점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고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해 무슬림형제단도 함께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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