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지도자들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똑같이 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와 언론이 십자 포화를 퍼붓고 있다.
미국 경제전략학회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회장은 27일 포린폴리시(FP)에 '아베는 미국의 따귀를 때렸다'는 기고문을 냈다. 그는 "그동안 일본 지도자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과 미국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주장해왔다"며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일본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지도리카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이 있다고 상기시키며 올해 10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지도리카후치를 찾아 참배한 것은 야스쿠니신사가 상징하는 '일본판 역사'를 미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해병대와 공무원으로 21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근무했고 현재 조지메이슨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롤랜드 윌슨 씨도 28일 동아일보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동북아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면 야스쿠니신사가 아니라 지도리카후치를 찾아 참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야스쿠니신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잘못을 부정하는 잘못된 역사 인식이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28일자 사설에서 "미 대통령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지 말라는 패전국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도쿄의 신사는 중국 한국 등 일제 침략의 피해국에는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다"며 "전후 일본 지도자들은 침략과 범죄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주저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올해 5월 포린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묘지를 생각해보라.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병이 안장됐다고 알링턴에 가는 게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며 "야스쿠니신사가 알링턴 묘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미 국무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을 표시한 지 하루 만인 27일 미 국방부는 일본 오키나와 현의 후텐마 기지 이전 승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와 안보협력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 미일 방위지침을 개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 단계 더 격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뒷받침하면서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미군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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