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권한제한에 장비도 부실… 내전지역 평화유지 사실상 실패”
“개입으로 더 큰 피해 막아” 반론도
“사상 최대 규모의 ‘블루 헬멧’(유엔 평화유지군 별칭)을 아프리카에 파견했지만 ‘평화 유지’라는 목적 달성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유엔이 아프리카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등 분쟁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지만 권한을 제한하고 장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평화 유지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는 전 세계 16개 지역에 파견된 9만799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77.9%인 7만6296명이 아프리카 8개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지금껏 아프리카에 파견된 평화유지군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약 두 배에 이른다.
WP는 ‘블루 헬멧’이 실패한 이유로 자위 목적의 전투만을 허용한 ‘권한 제약’을 꼽았다. 1994년 르완다 학살 사태가 터지기 직전 유엔 평화유지군은 후투족 무장세력에 무기가 불법 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유엔 고위관리들은 부여받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이유로 평화유지군이 무기를 압수하지 못하게 했다.
종족 간 분쟁이 최악의 유혈 사태로 치닫고 있는 남수단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남수단 주둔 평화유지군은 종족 분쟁이 격화하기 전에 배치됐지만 상대방 종족을 무차별 살해하는 ‘증오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WP는 남수단에서는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2011년부터 종족 대립이 정치적 분열로 이어졌지만 유엔은 이를 ‘국내 문제’로 봐 개입을 주저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이유로 부족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꺼려 결국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분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2월 폭력사태가 남수단 전역으로 확산된 뒤에야 남수단 평화유지군 병력을 1만4000여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파병 임무는 ‘지역 발전’에 한정했다.
이 때문에 평화유지군 대부분은 중화기 없이 개인화기로만 무장했고 이마저도 탄약 등이 충분치 않다. 남수단에 파견된 한국의 한빛부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토비 렌저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 부대표는 “남수단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분쟁지역에서 유엔 평화유지군과 아프리카군의 장비는 부족하다. 병력 규모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평화유지군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제위기감시기구의 호겐둔 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은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이 충분치 못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들의 개입이 없었다면 분쟁은 더 확산됐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인 수만 명이 평화유지군 기지로 대피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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