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 2014년 활동지침서 이례적 삭제… 총리는 TV출연 “신사참배 당연”
아베 친동생-안보국장등 총출동… 신사참배 관련 美 달래기 안간힘
일본 집권 자민당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부전(不戰) 맹세’와 ‘평화국가 이념’을 올해 운동방침(활동지침)에서 삭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또 일본 TV에 출연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는 총리로서 당연한 역할”이라고 밝혀 향후 다시 참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 일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한편 미국 주도로 구축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8일 발표한 올해 활동지침 최종안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승을 명기하는 한편 당초 원안에 반영했던 ‘부전의 맹세와 평화국가의 이념으로 일관할 것을 결의하고’라는 구절을 뺐다. 그 대신 ‘(전몰자에 대한) 존숭(尊崇)의 뜻을 높인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자민당의 활동지침에서 부전 맹세가 삭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민당은 또 ‘평화헌법을 유지해 온 종래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이라는 문구도 ‘주권재민, 평화주의, 기본적 인권의 기본원리를 계승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미국의 제안으로 제정한 현행 평화헌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자민당의 올해 활동지침은 19일 당 대회에서 확정된다.
아베 총리는 8일 밤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설사 비판을 받더라도 (총리로서) 당연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가 비판한다고 해서 (참배를) 안 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밝혀 앞으로 추가 참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또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새로운 국립 추도시설을 건립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아베 총리의 이런 주장은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헨리 L 스팀슨센터의 다쓰미 유키(辰巳由紀) 주임연구원은 일본의 한 시사월간지에 발표한 글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상징적 존재”라며 “총리가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의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실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자 총리 관저, 외무성, 국회 등을 총동원해 진화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무성은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성 부대신을 13∼17일 미국에 파견한다고 9일 발표했다. 기시 부대신은 미국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기시 부대신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이해를 얻기 위해 방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상을 역임한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미일국회의원연맹 회장 등 자민당 의원 3명도 8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대표적인 지일파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NHK방송은 아미티지 전 부장관이 “주권국가의 총리가 선거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이미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고 9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도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시마네(島根) 현 미조구치 젠베에(溝口善兵衛) 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22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에 아베 총리와 각료들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차관급을 보냈으나 올해는 각료급을 참석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자민당의 총선 공약대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