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안전 비상… 현지경찰 22세 여성 수배전단 배포
美, 선수단 비상대피 계획 마련
러시아에 저항하는 여성 테러조직인 ‘검은 과부(black widow)’ 조직원이 ‘강철 고리’로 불리는 철통 보안을 뚫고 겨울올림픽이 열릴 소치에 잠입해 현지 경찰이 긴급 체포에 나섰다. 이에 따라 소치 올림픽 안전에 비상등이 커지면서 미국은 자국 선수단 비상 대피계획을 마련하고 카자흐스탄도 유람선을 띄워 선수단 숙박용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러시아 경찰은 소치로 침투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게스탄 출신 22세 여성 루잔나 이브라기모바의 사진이 담긴 긴급수배 전단을 현지 호텔과 공항 등에 배포했다고 미국 ABC뉴스가 20일 보도했다. 이브라기모바는 이달 초 다게스탄을 떠나 약 10일 전 소치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 뺨에 10cm 길이의 상처가 있고 다리를 절고 있으며 왼쪽 팔을 굽힐 수 없다고 전단에 묘사됐다.
이브라기모바는 러시아 남부 체첸 출신 여인들이 주축이 된 ‘검은 과부’ 조직원이다. 검은 과부는 2000년대 초 러시아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던 여성 테러 조직원들이 검은색 복장으로 테러 현장에 나타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들은 남편 등 가까운 가족을 러시아군에 잃거나 러시아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복수심에 불타 극단적 테러를 저지르는 것으로 악명을 높여왔다. 이브라기모바의 남편도 지난해 다게스탄에서 벌어진 경찰과의 교전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테러조직은 캅카스 지역에 근거를 둔 ‘캅카스 에미리트’와 연계해 테러 등을 저지르고 있다. 캅카스 에미리트의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50)는 지난해 7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치 올림픽이 열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해왔다.
검은 과부 조직원의 소치 진입이 충격을 주는 이유는 러시아 정부의 보안 장벽인 강철 고리(러시아어로 ‘스탈노예 콜초’)가 뚫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소치의 주요 올림픽 시설을 둘러싼 가로 100km, 세로 40km 지역을 특별 경계구역으로 정해 철통 경계를 펴왔다. 2만5000여 명의 특수경찰과 8000여 명의 군 병력, 연방보안국(FSB)의 대테러 요원 등을 동원해 방문객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왔다. 여기에 3만여 명의 정규군도 러시아와 조지아의 국경 지역을 지켜왔다. 이 강철 고리가 무너진 것이다.
크리스토퍼 스위프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테러리스트 잠입 시기가 강철 고리 가동 전인지, 후인지 확실치 않지만 러시아의 안보 능력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스위프트 교수는 잠입한 테러리스트가 여성이기 때문에 더 쉽게 목표물에 접근할 수 있으며 자살 폭탄테러를 혼자 감행하는 예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소치 올림픽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은 자국 선수단 안전 확보를 위해 전함과 수송기 등을 대기시키기로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소치 올림픽 때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러시아 정부와 협의해 흑해의 해군 전함 2척을 포함한 공군 및 해군 전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해군 전력 동원 의사를 러시아에 알렸으며 유사시 동원할 전함 2척은 구축함 1척과 수륙양용함 1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카자흐스탄은 안전을 이유로 유람선을 소치 앞바다로 보내 대표단 숙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들이 사용할 유람선은 1190개의 객실과 식당 수영장 등을 갖춘 5성급 호화 유람선으로 대표단에 우선적으로 객실을 배정하고 나머지는 관광객들에게 빌려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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