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고 있는 도쿄(東京) 도지사 선거가 23일 고시와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전직 총리 4명과 현 총리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원전 재가동이냐, 탈(脫)원전이냐가 주요 이슈다.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총리에 맞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연합은 탈원전을 선거 쟁점으로 만들었다. 공교롭게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6년 아베 총리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로 이끈 정치적 스승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 판세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지지하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이 호소카와 전 총리를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그렇지만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투표일인 2월 9일 직전까지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를 밀고 있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대중적 인기와 승부사 기질을 감안하면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다는 경계감 때문이다.
자민당은 22일 도쿄도련(지부연합회·한국의 지구당) 국회의원 회의를 열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 등 당 3역(간사장 총무회장 정무조사회장)과 각료들을 마스조에 전 후생노동상을 지지하는 가두연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 아베 총리도 직접 지지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사실 마스조에 전 후생노동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베 총리가 1차 내각(2006∼2007년) 때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자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한 2010년에는 ‘자민당의 역사적 사명은 끝났다’라며 탈당한 전력도 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가 마스조에 전 후생노동상 지원에 총력전으로 나선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9일 주일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가 걸린 오키나와(沖繩) 나고(名護) 시장 선거에서 쓴맛을 본 데 이어 이번 도쿄 도지사 선거까지 패배해 ‘더블 펀치’를 맞으면 정권 운영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4월에는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소비세 인상이 대기하고 있다. 자칫 ‘트리플 펀치’를 맞고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재가동 금지’를 통해 ‘즉각적인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재가동 방향에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과거 석연찮은 금전 차용 사건으로 1994년 총리직에서 중도하차했던 전력이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이날 가두연설에서 호소카와 지지를 호소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생활당 대표도 호소카와 전 총리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의 등장으로 역시 탈원전을 주장하는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의 설 자리는 축소되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후보 단일화를 요청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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