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에… 美의회, MD예산 2년연속 증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국방예산 삭감 속 원안보다 늘려… “괌에 상시 MD체제 구축” 주장도

미국 본토나 하와이 괌에 대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관련 예산이 의회 심의과정에서 국방부 요청액보다 2년 연속 늘어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미 의회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비해 괌에 상시 MD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8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서명한 201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된 올해 MD 예산은 총 86억8850만 달러(약 9조2098억 원)로 지난해 초 국방부가 요청한 83억2200만 달러보다 3억 달러 이상 늘어났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심의과정에서 국방부 요청액보다 5억 달러가 더 많은 88억2940만 달러를 배정했다. 상원은 1억 달러 이상이 많은 84억7200달러를 책정했다. 결국 양원 합의로 86억8850만달러로 확정됐다. CRS 보고서는 늘어난 예산이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비용도 포함됐다.

북한은 2012년 12월 사정거리가 1만 km에 이르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하고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에 성공한 뒤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미국은 1개월 뒤 “2017년까지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14기를 추가 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미 의회는 2013년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동부에 새로운 MD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한 바 있다.

미 의회는 2013년 MD 예산으로 98억 달러를 승인했다. 역시 국방부가 요청한 예산보다 1억52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증액 사유는 2014년과 같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 행정부와 의회가 연방정부 재정위기 여파로 전체 국방예산을 2013년 6330억 달러에서 2014년 6251억 달러로 줄이면서도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본토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대비태세 소위원회의 로버트 위트먼 위원장(공화·버지니아)은 21일 괌을 방문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괌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자산을 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미 군사전문 매체 네이비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에디 칼보 괌 지사를 면담한 위트먼 위원장은 괌에 MD프로그램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장기 배치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 참여한 매들린 보댈리오 하원의원(민주·괌)도 지난해 초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반복했다고 지적하면서 괌에 MD 체제를 상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가 북한 도발에 대비해 지난해 초 괌에 한시적으로 배치했던 THAAD 체계를 거론한 것이다. 당시 칼보 지사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미사일방어시스템 예산#북한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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