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이 연한제일(聯韓制日)로 무적무우(無敵無友) 외교 책략을 버렸다.’
홍콩의 친중(親中) 매체 다궁(大公)보는 4일 중국 외교의 최근 변화상을 이같이 표현했다. 연한제일은 한국과 연합해 일본을 제압한다는 뜻이다. 친구도 적도 없는 중국의 전통적 중립·비동맹 외교를 말하는 무적무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피아(彼我)를 구분하겠다는 의미다.
신문은 하얼빈(哈爾濱)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을 비롯해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서한을 보내 올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점을 연한제일의 사례로 들었다. 중국 주석이 한국 대통령 생일에 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힘을 기른다) 지침에 따라 적대국을 만들지 않는 외교를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對韓)·대일(對日) 외교에서 드러나듯이 친구와 적을 분명히 가르는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성과를 거두다)’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진단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분발유위는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주변국 외교 공작(업무)좌담회’에서 거론한 말이다.
최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중국은 옛 소련 및 러시아와 지나치게 긴밀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공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성성상석(惺惺相惜·총명한 사람끼리 서로 아낀다)’의 교류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에 겨울올림픽이 개막하는 소치를 방문한다. 중국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가 주최하는 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이다. 중국이 올해 러시아와 함께 두만강 하구에 ‘중국 훈춘(琿春)-러시아 하산 국경경제합작구’를 설치키로 한 것도 양국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반면 중국은 일본,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발전 보고(2014년)’에서 “(중국이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자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오판해 어떤 충고도 듣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1월 말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 문 앞에서 말썽이 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을 겨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 주석의 새로운 외교 행보는 ‘반(反)부패 드라이브’라는 내치와 결부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다궁보는 시 주석이 미국 중심의 대국외교에서 탈피하고 주변 외교를 중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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