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뽑고 쇠파이프 매질… 시리아 어린이들 생지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유엔, 내전 아동 인권실태 첫 보고서
납치-구금-성폭행 등 인권 유린… 희생자 10만명 중 어린이가 1만명

지난해 10월 시리아 난민들이 수용된 요르단 자타리 캠프 취재현장에서 만났던 아드난 아메드 군(16)의 눈빛은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 시리아 남부 다라 지역에서 탈출한 아메드 군은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 대부분의 학교가 폐쇄된 뒤 감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반군에 가담한 어른뿐만 아니라 4∼10세의 어린이들도 갇혀 있었다. 무장한 정부군은 아이들의 손을 뒤로 묶어 공중에 매달아놓고 밧줄이나 쇠파이프로 때렸다. 이들은 소년병 가담 혐의를 받은 어린이들의 손톱과 발톱을 뽑았다. 전기충격을 가하며 잔혹하게 학대하기도 했다. 아메드 군은 “아이들의 귀를 자른 뒤 수배 중인 부모가 볼 수 있도록 길거리에 묶어놓은 것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아메드 군의 증언은 유엔이 4일 내놓은 시리아 내전 아동에 대한 첫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유엔은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 15일까지 정부군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자행한 납치, 구금, 구타, 고문, 성폭행, 인간방패 활용, 소년병 강제 동원 등 갖가지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해 공개했다.

레일라 제루기 유엔 아동·무력분쟁 특사의 이름으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잔학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학대한 실상이 폭로됐다. 정부군은 어린이들에게 반군과 관련된 부모나 친척의 소재를 말하도록 강요하며 굵은 철제 밧줄이나 회초리, 곤봉으로 때렸다. 여자 어린이는 물론이고 남자 어린이도 성폭행을 당했으며 전기충격기로 아이들의 성기를 고문하기도 했다. 잠을 재우지 않거나 손톱 발톱을 뽑고 담뱃불로 지지고 독방에 감금했다. 정부군은 학교를 폐쇄해 아동의 교육 기회를 박탈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인도적인 도움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 2년 동안에는 어린이 인권 침해가 주로 정부군에 의해 저질러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반군에 의한 인권 침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자유시리아군(FSA)과 시리아 쿠르드족은 난민 어린이들을 총탄이 날아오는 전투지역에서 인간방패로 내모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이나 취업 기회가 전혀 없는 어린이들에게 압력을 가해 반군에 가담시키고 있는 것.

반군이 어린이를 살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엔은 지난해 4월 14세 소년이 알카에다와 연관된 반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보고했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이 적어도 어린이 13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시리아 내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1만여 명이 어린이라고 추정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보고서에서 “시리아 내전 이후 어린이들이 견뎌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수준”이라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모두가 어린이들에 대한 모든 인권 유린 행위를 중단하고 민간인 지역에서의 테러, 공습, 화학무기 사용 등 무분별한 공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아동 학대#인권 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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