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포위지역 주민 83명 첫 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사흘간 정전 합의깨고 전투재개… 식량전달 유엔 구호트럭도 피격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돼 아사 위기에 놓였던 3000여 명의 홈스 지역 주민 중 83명이 구호트럭을 공격한 무장괴한의 총격과 박격포 세례를 뚫고 처음으로 대피했다.

유엔은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된 반군 거점도시 홈스 구시가지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 등 83명을 이주시켰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24∼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국제평화회담에서 정부군과 반군 측이 인도주의적 구호를 위해 홈스 지역에서 사흘간 전투를 중지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홈스 시내에는 이날 유엔과 시리아 적신월사(이슬람 지역의 적십자사)가 구호트럭 9대를 동원해 250개의 식량 부대와 190개의 의약품 및 위생용품 박스를 전달하고 민간인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둘째 날인 8일부터 갑자기 반군과 정부군 간의 전투가 재개돼 구호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탈랄 바라지 홈스 주지사는 레바논의 알마야딘TV와의 인터뷰에서 “유엔과 적신월사의 구호트럭들이 반군들의 박격포와 총탄 공격을 받았고 의료진 4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시리아 적신월사도 페이스북에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던 중 홈스 시에서 무장괴한의 포격을 받아 운전사 한 명이 다쳤으며 트럭 2대가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밸러리 에이머스 유엔 구호조정관은 “시리아 국민 25만 명이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고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시리아 난민 구호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은 8일 전투가 재개된 데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했다. 시리아 최대 반군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여성, 어린이, 노약자 긴급 대피가 “홈스에 갇혀 있는 나머지 주민에 대한 대학살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라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SNC는 성명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시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술로 도시를 점령한 적이 있다”며 “이는 더 많은 민간인을 죽일 시간과 명분을 쌓으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홈스에서 구호품이 전달된 8일에도 시리아의 북동부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진행됐다. 알레포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이 헬기를 통해 떨어뜨린 ‘드럼통 폭탄’으로 20명이 숨졌다고 영국의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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