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이민제한법 국민투표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이민자 쿼터제’ 우파 주도로 입법… EU 노동시장 개방 확대와 충돌
재계 “경제적 고립-신뢰하락 우려”

스위스가 유럽연합(EU) 시민의 이민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올해 초 EU가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이민자들에게 노동시장을 전면 개방했지만 스위스는 ‘반(反)이민’ 정책을 선택한 셈이어서 EU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9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EU 시민권자 이민자를 엄격한 쿼터로 제한하는 법안이 찬성 50.34%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EU 시민 5억 명과 스위스 국민 810만 명이 노동시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도록 EU와 맺은 협정을 3년 안에 수정해야 한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2007년 EU와 자유노동시장 규칙을 맺어 EU 시민이면 비자 없이도 스위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적이 있다. 2012년까지 스위스로 이민 간 사람은 연평균 7만4000명씩 늘었다. 현재 스위스 인구 810만 명 중 외국인 비중은 23%로, 유럽에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높다. 국경을 통해 스위스로 통근하는 외국인도 28만 명에 이른다. 이민 제한법을 발의한 우파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은 “이민자 증가는 일자리, 주택, 교육,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제 사회적 재앙”이라며 “스위스 스스로 이민자의 수와 질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연간 4만 명을 수용 가능한 이민자 상한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민자를 제한하는 규제안은 EU와 스위스 국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 비비안 레딩 부위원장은 “노동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현재 43만 명의 스위스인이 EU에서 살고 있듯 양측에 혜택을 주는 7개 협정의 한 부분”이라며 “스위스가 선택적으로 협정을 수정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로슈 UBS 네슬레 등 스위스에 본부를 둔 기업들도 이민제한 법안에 대해 “경제적 고립과 국가 신뢰도 하락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위스#이민제한법#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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