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워싱턴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을 두고 중국이 외교 및 선전 역량을 총동원해 성토했다.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3일 사설에서 “오바마가 달라이 라마를 구실로 시짱(西藏·티베트) 문제에 간섭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못 믿을 거짓말로 어찌 다른 사람을 속이려 하는가. 미국은 옹졸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대국의 형상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혼자 잘난 체하다 자신의 중대한 이익에서도 손실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전날에도 미국과 달라이 라마의 관계를 쉽게 무너지는 ‘카드로 만든 탑’에 비유하며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홈페이지에서 “달라이 라마는 절대 단순한 종교인사가 아니다. 종교의 깃발 아래 중국 분열 활동을 벌여온 정치적 유랑자”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이번 회동은) 미국이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한 것이다. ‘시짱은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인정한 미국 정부의 판단에 반한 것으로 중미 관계에 엄중한 손실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를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이 아닌 개인적인 접촉장소인 맵룸(Map Room)에서 만나는 등 중국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는 2010, 2011년에도 만나 이번이 세 번째 회동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이후로는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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