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3일 오후 2시 15분.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 나고야 역에서 남쪽으로 약 400m 떨어진 교차로 근처 인도에 승용차 한 대가 뛰어들었다. 차량은 시속 30~40km로 질주하며 행인들을 연이어 들이받았다. 피해자들의 몸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땅에 떨어졌다. 차량은 중학생 등 모두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뒤에야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한 피해자는 "무서운 속도였다.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오노기 료타(大野木亮太·30)는 "사람을 치어 죽일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누구라도 좋았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범행에 이용된 차량은 주변 대여업체에서 빌린 차량이었다.
일본 사회는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른바 '도오리마(通り魔·길거리 악마)' 사건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도오리마 사건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범행하는 '묻지마 범죄'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비교적 최근인 2012년 6월에는 당시 36세 무직이던 이소히 교조(石+義飛京三)가 오사카 번화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음악 프로듀서(42)와 음식점 업주(60)를 칼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는 "사형을 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2008년 6월 도쿄(東京) 최대 전자상가 거리인 아키하바라 보행자천국(주말에 차량 진입을 막은 거리)에서는 7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가토 도모히로(加藤智大)라는 당시 25세 일용직 남성이 화물차를 돌진시킨 뒤 차에서 내려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가토도 경찰에 붙잡힌 뒤 범행 동기를 "누구라도 좋았다.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1999년 9월에는 야마구치 현 시모노세키 역 부근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건 열흘 전에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당시 23세로 무직인 조타 히로시(造田博)가 식칼과 망치로 행인들을 마구잡이로 습격해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범죄자가 대부분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3일 범행을 저지른 오노기는 부모와 조모, 동생 등 가족과 함께 5명이 나고야 시의 주택에 살고 있었으나 어느 날부터 홀로 남겨졌다고 한다. 그가 부상을 입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웃 주민의 증언도 나왔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의 범죄 전문가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소통 경로가 꽉 막힌 폐색사회의 병리현상"이라고 우려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