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난의 행군 굶주림은 체제 범죄… 실향민 고향 방문은 국제법적 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유엔 北인권조사위 보고서 강조

2010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실향민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고서는 “이동의 자유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포함한다”며 고령 이산가족들이 평생 고향 방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 이후 올해까지 남북이 진행한 이산가족 상봉 노력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국제법상 명확한 의무는 제쳐두고라도 나이 든 세대의 희망과 요청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와 존경이라는 기본적인 원칙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정치적 이유와 관계없이 지체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또 COI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 최대 35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은 단순한 식량 부족이라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불평등의 결과에서 비롯된 ‘체제범죄’라고 규정했다.

옛 소련의 체제전환으로 경제위기에 놓인 북한 당국은 출신성분이 낮은 주민들이 사는 변방지역부터 식량 배급을 줄여 나가 이 지역에서 기아 사망자가 집중됐다. 하지만 평양에 사는 엘리트 계층에게는 전과 다름없는 식량과 소비품이 배급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 국민이 식량을 평등하게 나눠 먹었다면 기근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정권은 국제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구호품도 모두 평양에 집중했고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달러로 사치품을 구입해 엘리트의 충성심을 유지하려 했다”며 북한 정권이 식량난을 체제 유지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또 ‘사상과 표현, 종교의 자유’를 다룬 부분에서 ‘집단체조와 강제 대중 동원’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두고 ‘아리랑’ 등 체제 선전용 집단체조에 동원된 북한 학생들의 피해를 아동인권 침해 차원에서 집중 조명했다.

집단체조에 참여하는 어린 학생들(대학생 포함)은 1년 내내 연습을 한다. 이로 인해 4∼6개월 학교 수업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름철에 하루 종일 진행되는 고된 육체적 노동으로 몸이 상하거나 심지어 죽는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은 집단체조가 학생들의 정신과 육체 단련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공연장에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를 했으며 외국인들은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 사실을 몰랐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유엔 인권보고서#북한#실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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