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상 첫 회사채 디폴트… 도미노식 파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8일 03시 00분


당국서 구제금융-만기연장 안해… 상하이 태양광업체 차오르 부도
“중국판 베어스턴스 사태 올수도”

중국에서 첫 회사채 지급불능(디폴트) 사태가 발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베어스턴스 사태가 중국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7일 중국신원왕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의 태양광업체 ‘차오르(超日)태양에너지과학기술유한공사’는 7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이자 8980만 위안(약 156억25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회사채 시장을 감독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중국 채권시장에서 회사채가 부도난 것은 처음이다.

5년짜리 고정금리인 이 회사 채권의 표면이율은 8.98%이며 2012년 발행됐다. 지난해 3월 이미 한 차례 지급불능 위기가 있었지만 상하이 시정부가 은행들을 설득해 만기를 연장했다. 중국 정부와 국영은행들은 그동안 구제금융이나 만기 연장으로 회사채 부도를 막아 왔다. 채권 발행 금리를 낮춰 자금 조달을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중국 당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맞아 ‘성장 방식의 전환’을 경제정책의 구호로 내건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솎아내고 금융시장에 차츰 시장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이번 사건이 연쇄 지급불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하이증시의 풍력발전업체들이 다음 수순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판 베어스턴스 사태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기업 4111개사를 조사한 결과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회사가 256곳으로 2007년(163개사)보다 57% 늘었다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중국 기업의 총 부채가 13조8000억 달러(약 1경4643조 원)로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당장 연쇄 부도가 발생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번 부도가 정부의 ‘계산된 경고’라는 해석 때문. 블룸버그의 톰 오를릭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을 통제하고 있어 대규모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 회사채#디폴트#베어스턴스#차오르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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