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외교는 적극작위(積極作爲)를 통해 성공의 시작을 연 해였을 뿐 아니라 새 것을 창조한 해였고 풍성한 수확을 거둔 해였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외교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적극작위’, 즉 ‘적극적으로 할 일을 한다’를 강조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힘을 기른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한 역할을 한다)’로 넘어온 중국 외교정책이 적극작위로 완전히 바뀌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일 외교에서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한반도 외교에서 “중국의 문 앞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말라”며 개입의 강도를 높이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적극작위의 구체적 사례로 꼽힌다. 홍콩 다궁(大公)보는 이와 관련해 적어도 주변국 외교에서는 적극작위가 새 화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적극’이라는 단어를 여섯 차례 언급했다. ‘적극진취’ ‘적극작위’ ‘적극주동’(두 차례) ‘적극외교’ ‘적극참여’ 식이었다. 신문은 “이 같은 강경한 발언은 중국 외교 역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며 “외교부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도 보기 드물다”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 중국은 대미(對美)외교에서 ‘신형대국관계’를 선언했다. 대립을 피하고 서로를 존중하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게 하겠다는 게 골자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외교에는 개념화된 외교노선 정의가 뚜렷하지 않았다. ‘친(親·친하고), 성(誠·성의를 다하며), 혜(惠·혜택을 주고), 용(容·포용한다)’ 등의 4자로 정리하기도 했지만 주변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었다. 일본이나 베트남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중국의 강경외교를 ‘친·성·혜·용’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적극작위’는 주변국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관철해나가는 전략적 개념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와 언론의 분석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이틀간 열린 ‘주변국외교공작(업무)좌담회’에서 “적극유위(積極有爲)하게 주변국 외교공작을 하라”고 지시했다. ‘유위’와 ‘작위’는 같은 뜻이다. 그보다 9일 앞서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동남아 순방을 결산하면서 ‘적극유위’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올해 중국 외교를 ‘유소작위’ 또는 ‘유소유위’로 설명하며 “시 주석의 외교에 덩샤오핑(鄧小平) 대신 마오쩌둥(毛澤東)의 모습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덩샤오핑이 안정적 성장을 위해 외교적으로 머리를 숙였다면 마오쩌둥은 대외 사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장하며 주변국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었다. 다궁보는 “일부에선 중국 외교가 강경 일변도로 변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는 중국의 발전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노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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