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를 계기로 러시아의 ‘분할 정복’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분할 정복 정책은 옛 소련이 안보를 목적으로 변방 국가나 민족에 적용했다. 소련은 주로 캅카스 산맥에 자리 잡은 변방 민족을 갈라놓은 뒤 자국에 우호적인 민족엔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말을 듣지 않는 민족엔 채찍을 휘둘러 영향력을 넓혀 나갔다.
러시아는 이 정책을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 당시 다시 선보였다. 당시 러시아는 분리독립을 외치던 친(親)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적극 지원했다. 조지아가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군대를 남오세티야 국경 지대로 보내자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으로 조지아 본토를 공격했다. 러시아 측의 전쟁 명분은 자국민과 동포 보호였다.
조지아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배권을 상실했다. 러시아는 두 지역을 일방적으로 독립국으로 선언했다.
러시아는 지금도 탈(脫)러시아·친(親)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주변 국가에 다양한 제재와 군사 개입, 분리주의 세력 지원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럽연합(EU)과 협력 협정을 추진하던 몰도바가 러시아의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는 몰도바산 와인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러시아 내 몰도바 출신 근로자들의 체류 자격심사도 강화했다.
이 같은 전략은 우크라이나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정권이 무너지자 러시아군은 우선 크림반도를 장악했다. 16일 주민투표 이후 크림자치공화국이 남오세티야의 전례를 밟아 러시아와의 합병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러시아 측의 시나리오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도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있다. 러시아계 주민이 97%에 이르는 이 지역은 2006년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와의 합병을 선언했다. 러시아는 합병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련 시절부터 주둔하던 군대를 빼지 않고 있다.
데이먼 윌슨 전 백악관 유럽국장은 “이 패턴은 분리주의 세력과 민족 분쟁을 이용해 ‘유럽으로 가면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영토를 잃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러시아군이 장악한 크림자치공화국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트란스니스트리아와 비슷한 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대응 수위가 변수다. 러시아-조지아 전쟁 당시 뒤늦게 러시아를 압박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는 어떤 카드를 내밀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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