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의 실종 여객기 사건에 조종사가 연루됐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발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다른 주장이 잇달아 나오면서 수사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17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항공의 아맛 자우하리 야햐 최고경영자(CEO)는 “실종기의 부기장인 파릭 압둘 하밋이 지상 관제탑에 마지막 교신을 보냈던 시점까지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이 작동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ACARS의 주요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 부기장이 “다 괜찮다. 좋은 밤이다”라고 마지막 무선을 보냈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기존 설명을 뒤엎는 것이다. 당초 수사당국은 ACARS가 꺼진 뒤 부기장이 별 이상이 없다는 무선을 보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여객기에 이상이 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을 부기장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주요 정황 근거로 본 것이다. 하지만 ACARS 차단 시점이 번복되면서 조종사들의 실종 연루 의혹은 쉽게 단정할 수 없게 됐다.
아맛 CEO는 “ACARS의 주요 기능이 꺼진 시점은 실종 당일 오전 1시 19∼37분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다만 “비행기 위치·고도 등을 레이더 기지에 보내는 무선식별장치(Transponder)는 오전 1시 21분경 꺼졌다”고 확인했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의 발표와 달리 ACARS와 무선식별장치가 거의 동시에 차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누군가가 비행기 납치를 목적으로 통신장치를 차례로 끈 게 아니라 기기가 우발적 장애로 고장 났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가설이 사실이면 “고의적 범죄 가능성이 주목된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기존 설명도 근거가 약해진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야당 최고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는 실종 여객기 기장인 자하리 아맛 샤 씨(53)의 연루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야당 지지자인 자하리 기장은 반정부 집회에 참여한 게 드러나면서 정부에 불만을 품고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또 “(부실 수사로)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도 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부실 대응과 수사 혼선이 계속되면서 국제사회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7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통화에서 “말레이시아가 파악하고 있는 더 자세한 정보를 충분하고 정확하게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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